3월 22일 세계 물의 날,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안 돼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안 돼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3.03.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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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유엔(UN) 정한 '세계 물의 날'
우리나라 1995년부터 동참 기념행사 진행
올해 주제 '가속화되는 변화(Accelerating Change)'

달포 전, 선물로 받은 난을 베란다에 고이 모셔놓았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길고 두터운 잎이 하나둘 마르고 뒤틀리는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용기에 물을 채워 난 화분을 풍덩 담근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비틀어졌던 잎에 조금씩 살이 오르고 곧게 펴지기 시작했다. 물이 생명이라는 증거였다.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

세계 물의 날은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의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물의 소중함과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1992년 유엔(UN)이 매년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지정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세계 물의 날’에 동참해 수자원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념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유엔이 정해서 발표하는 올해의 주제는 ‘가속화되는 변화(Accelerating Change)’다.

해가 거듭 될수록 겨울과 봄 또는 봄과 여름이 상존하는 날씨 속에서 살고 있다. 변덕스런 날씨는 더 크게 더 자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올해 들어 하루 사이에 10도 이상 기온 차이가 벌어지는 경험을 수차례 겪은 것은 물론 봄이라는 계절은 잠시 스쳐가는 정거장처럼 짧아졌다. 식물도 계절 감각을 잃은 듯, 꽃이 피고 지는 시기 또한 눈에 띄게 빨라졌다.

‘물의 날’을 전후해 지자체와 관계기관・단체 등에서는 다양한 기념행사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념식과 함께 하천정화활동과 전시회, 그림과 사진 공모전 등 물 사랑에 대한 각종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활동도 좋지만, 어릴 적부터 물 절약과 물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아울러 어른들의 모범적인 행동 역시 중요하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소중한 자원이다. 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체의 약 70% 역시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은 체내의 영양분을 이동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노폐물을 배출하는 등 윤활유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몸은 수분이 1~2%만 부족해도 갈증이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5%가 부족하면 체온조절 능력이 상실되고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12%가 부족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인체와 지구에서의 물의 역할과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금 계속되는 가뭄으로 댐과 저수지의 물이 말라가고, 건조한 날씨는 미세먼지와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 부족이 심해질수록 농작물을 비롯한 동식물의 생태계에도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물이 부족한 지구는 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현기증을 느끼며, 기후변화라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좋은 물을 건강하게 마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양적인 면에서 물을 아끼고, 재이용하거나, 빗물을 활용하는 것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할 일이다. 질적인 면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요소가 없고,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적당히 들어있는 물이 좋다.

하지만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인접 국가들의 국민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우려가 민감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류수질의 안정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국제적 규정,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 등을 통해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슬기로운 해법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며칠 전에는 소방헬기가 몇 시간째 저수지 주위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서 산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수지에 저장해놓은 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의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물은 공기나 바람, 햇볕과 같은 단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이며 자원이다.

부디 ‘세계 물의 날’이 일회성 기념행사에 그치지 않고,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꾸준히 인식하고 지켜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남녀노소, 직업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어디서나 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생활 속 습관’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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