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날’에 즈음하여
’쌀의 날’에 즈음하여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8.17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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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신으로 코로나를 이기자

오랜만에 전국이 활짝 개어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오랜 장마로 영호남의 곡창지대들이 물난리를 겪었지만, 벼 이삭이 패지 않아서 다행히 올해 수확량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쌀 미(米)가 팔(八), 십(十), 팔(八)로 이루어져 있으며 농민의 손길이 88번이나 필요하다는 뜻으로 2015년도부터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제정하였다.

쌀은 우리 한민족의 주식이며,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쌀 생산이 국가의 기본 산업이었다. 벼는 벼과 벼속에 속하는 식물로 세계적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Oryza sativa L. 품종으로 자포니카(japonica) 형과 인디카(indica) 형으로 구분된다. 자포니카 형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비교적 밥이 찰기가 있고, 인디카(indica) 형은 인도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길이가 길고, 찰기가 없어서 카레나 볶음밥에 적합하다.

벼농사의 기원은 중국으로 알려졌지만,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가 오창과학산업단지 건설 현장인 충북 청주 소로리에서 발굴되었다. 소로리에서 출토된 볍씨는 1만3천 년 전의 것으로 자포니카형과 인디카형의 두 종류가 확인되어 영국 BBC 방송이 이를 보도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공인을 받았다. 이어서 세계적인 고고학 개론서인 ‘현대 고고학의 이해“에 우리나라가 쌀의 기원지로 기록되었다.

벼농사는 온대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여 선사시대 때부터 한반도에 정착되면서, 한민족의 DNA에 온화하고 부지런하면서 오래 참고 서로 도와가면서 즐길 줄 아는 낙천적 기질을 심어 주었다.

쌀은 밀에 비하여 쉽게 익혀져서 조리법이 단순하다. 소화가 잘 되며 에너지가 높고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쌀은 전분 이외에 단백질, 지방, 무기질과 비타민, 식이섬유 등 유용한 성분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서 영양학적으로도 완전식품에 가깝다.

쌀밥은 한국 음식문화의 주인공이며, 서민들에게는 소망의 대상이었다. 동학의 최시형 교주는 ’밥이 하늘이다’라고 주장하였으며, 김지하 시인도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이라고 노래하였다.

‘밥은 먹고 다니나?’, ‘밥 한번 같이 먹자’와 같은 말은 격려와 관심, 우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반가운 말이다.

우리나라의 쌀 생산은 통일벼의 육종과 보급으로 1970년대에 자급자족이 되었으나 이후 고지방과 고단백 음식이 선호되면서 국민 1인당 소비량도 연간 130kg에서 59kg까지 줄었다. 그러나, 우수한 품질의 벼 품종이 개발되고 수확과 건조, 도정 및 저장 시설이 기계화, 자동화되면서 고품질의 쌀들이 다양한 브랜드로 등장하고 있어서 집밥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벼농사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환경보전과 자연경관 유지를 비롯하여 지역의 전통 사회와 문화의 계승과 발전에도 많이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액은 8조8천억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18%에 달하며 그 공익적 가치를 환산하면 33조원에 이른다.

‘쌀의 날’을 맞아서 벼와 쌀, 밥의 유래와 의미를 되새기며,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을 기르고 체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온 식구(食口)가 집밥 백신을 더불어 즐기는 것도 더위를 잊는 방법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