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익어가는 갑진년(甲辰年)
우리 모두 익어가는 갑진년(甲辰年)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4.01.05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늙지 않고 익어가는 값진 해
정신교 기자
정신교 기자

 

대중가요의 노랫말 가운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구절은 언제나 심금을 울린다.

과일은 대부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서 과육이 커지면서 성숙하게 된다. 이후에 과육이 연화되면서 당도가 올라가고 산미가 줄면서 향미가 생성되는 숙성 단계를 거쳐 수확기에 이르게 된다.

갓 도살한 소나 돼지 등의 축육은 사망 직후에 조직이 단단해지고 탄력이 줄어드는 데 이를 사후경직(死後硬直)이라고 하며 숙성으로 조직을 연화시켜서 먹게 된다.

어육은 결합조직이 축육에 비해 적어서 빨리 부패가 진행된다. 따라서 생선을 바로잡아서 먹는 활어회가 보통인데 어종에 따라서 잡은 후에 단시간 숙성시켜서 먹는 숙성회도 인기가 있다.

술을 빚는 과정은 발효와 숙성 단계로 구분된다. 미생물인 효모가 당을 원료로 해서 에탄올을 생성하는 것을 발효라고 하며 이후 저장과 보관으로 향미가 더해지는 숙성 과정을 거쳐 술이 된다.

연말에 경주온천에서 수영과 사우나를 하고 인접한 한우 식당에 들렀다. 고기를 구워 먹는데 바로 옆 테이블의 물통에 담긴 노란 액체가 눈에 들어온다. 늘 된장찌개만 먹던 손님이 고기를 구우니, 종업원이 아는 체하면서 겨자를 숙성하고 있다고 일러 준다.

겨자와 마늘, 양파와 같은 향신료들은 조직이 부서진 후에야 자체효소에 의해 기질 성분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매운맛과 같은 특유의 풍미를 내게 된다.

벼는 싹이 트고 자라서 이삭이 나고 결실이 되면 자연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따듯한 봄기운에 싹을 틔워서 뜨거운 여름 햇빛에 자라나서 시원한 가을바람에 알찬 곡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자연에 감사하는 겸손함을 드러낸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시니어 모두가 늙지 않고 익어가는 값진 해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