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날, 달집도 태우고 소원도 빌고
정월대보름날, 달집도 태우고 소원도 빌고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3.02.04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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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동 월광수변공원에서 '제16회 달배 달맞이축제' 준비 한창
3년만에 달집태우기 광경 볼 수 있어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곁들여

 

내일(2.5)이 정월대보름이다. 50대 이상인 시니어들에게 어린시절의 정월대보름은 추억거리가 수도 없이 많은 날이다. 

어린 시절 새벽에 일어나 할머니가 챙겨주시는 견과류로 부럼을 깨문다.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문을 뛰쳐나와 골목을 뛰어다니며 동무들 이름을 부른다. 무심결에 대답하면 "내 더위 사 가라"며 더위를 판다. 그해 여름은 더위를 잊고 산다고 했다. 오곡을 넣은 찰밥을 각종 나물반찬과 함께 먹고 귀밝이술이라며 아이들에겐 금지된 술까지 한모금 얻어 마신다. 귀가 밝아지고 좋은 소식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온 동민이 참가한 윷놀이 결승전이 벌어진다. 풍물패가 집집마다 다니며 지신을 밟는데 가는 곳마다 술과 음식이 나오니 어른들은 술기운과 흥겨움에 종일 취해 다닌다. 

월광수변공원 숲속데크 산책로에 최근 보름달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권오훈기자
월광수변공원 숲속데크 산책로에 최근 보름달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권오훈기자

 

정월 대보름 밝은 달이  동산 위로 얼굴을 내밀면 어른들은 청솔가지를 높이 쌓아 만든 달집에 불을 붙인다. 둘러선 마을 사람들은 각자 소원을 빈다. 달이 휘영청 밤하늘로 솟아오르면 아이들은 쥐불놀이를 시작한다. 깡통에 구멍을 뚫고 철사줄로 손잡이를 만든 불통을 돌리다가 공중으로 던지면 불똥이 밤하늘을 가득히 수놓는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도원동 월광수변공원에는 '제16회 달배 달맞이축제'가 시민들을 동심의 세계로 데려갈 준비로 한참이다.

달빛축제 행사를 하루 앞두고 행사장 준비가 한창이다. 권오훈기자
달빛축제 행사를 하루 앞두고 행사장 준비가 한창이다. 권오훈기자

 

 행사는 월배달맞이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달서구가 후원한다. 
공원 입구에 현수막이 걸리고 관계자들이 행사를 치를 본부석 무대와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천막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운동장 가운데는 토박이 노인 네 분이 수밭골에서 잘라온 솔가지를 쌓아올려 보름달 떠오를 때에 맞춰 태울 달집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마을 어르신들이 수밭골에서 꺾어온 청솔가지로 달집을 만들고 있다. 권오훈기자
마을 어르신들이 수밭골에서 꺾어온 청솔가지로 달집을 만들고 있다. 권오훈기자

 

수년 전부터 달맞이 행사에 단골로 달집을 만들어 왔다는 김성호씨(81, 도원동)가 주축이다. 그는 임진왜란을 피해 고령에서 피신해온 12대 입향조 이래 수밭마을에서 줄곳 살아왔다. 김씨에 의하면 당초 달비골 임휴사 아래에서 했던 달집태우기는 인근자역에서도 유명했다고 한다. 월광수변공원이 조성되면서 장소가 이곳으로 바뀌고 월배지역발전협의회와 달서구가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대행사용 부스들. 권오훈기자
부대행사용 부스들. 권오훈기자

 

주최측에 의하면 당일 오후 2시부터 부대행사로 시민들을 위한 먹거리마당, 체험마당, 놀이마당이 펼쳐지고 4시반부터 풍물놀이, 지신밟기 등의 길놀이와 타악, 국악, 가요 등의 식전공연으로 이어진다. 

행사 안내 포스터. 달서구
행사 안내 포스터. 달서구

 

5시반부터 기원제와 달집태우기 등의 본행사가 7시까지 진행된다.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 놀이 체험을 통해 전통 대보름날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 손잡고 부모님까지 모시고 같이 오면 삼대가 즐길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