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주 관장 수집 옛 물품 전시
교복 입고 추억의 사진도 촬영
어르신들이 학창시절 교복을 차려입고 다시 소녀가 되었다. 대구 동구의 한 복지관에 마련된 '옛 물건 전시회'와 추억사진찍기 행사 덕택이다.
“어려서부터 전주이씨 집성촌에서 옛 문화를 접하며 자라다 보니 어르신을 공경하게 되었고 역사와 추억이 담긴 옛 물건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되었어요.”
강동어르신행복센터(노인복지관) 이대주 관장(53). 어르신을 받드는 그의 마음이 그로 하여금 어르신들의 정취가 담긴 물건들을 애지중지 다루게 했다. 그는 노인복지관의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자신이 수집한 옛 물건들로 전시회를 열었다. 어르신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70여년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게 한 것이다.
전시실에는 사각 도시락은 물론 어린 시절의 정취가 담긴 초등학교 교과서, 연탄난로, 참빗, 절구, 요강, 화로, 다리미, 풍로, 탈곡기, 풍금, 손저울, 손풀무, 벳솔, 호롱, 막걸리 주전자 등 1950~70년대 생활용품들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이대주 관장은 지난 30여년간 직장 생활로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때 묻은 옛 물건들을 하나 둘 모아왔다. 그가 옛 물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그는 먼길도 마다않고 언제나 달려갔다.
그동안 모은 크고 작은 소장품과 단지만해도 700여점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집안에 옛 물건들이 가득차게 되었고, 이제는 집에서 수용이 어려워 보관창고를 마련해서 물건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내가 반대해 물건들을 집에다 모으는데 눈치도 보였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년 이후에 옛 문화가 담긴 작은 개인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그의 마음을 전달하고부터는 아내가 협력자로 바뀌었다. "이젠 아내도 옛 물건을 보면 저런 것도 모으면 좋지 않을까 라며 환하게 웃곤 합니다."
이 관장은 수집품들을 나중에 박물관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도 좋겠지만 옛 물건에 향수가 짙은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먼저 보여주어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보람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금년 4월부터 2개월에 한 번씩 일부 물품을 바꾸어 가면서 상설전시회를 개최해온 것이다. ‘그땐 그랬지 추억소환 시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복지관 이용 어르신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하여 옛 기억과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3층 전시회 관람 후 2층에 개설된 라떼사진관에서 교복과 한복 등을 차려입고, 무료로 추억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강동어르신행복센터에서 만난 박 모 어르신(74·동구)은 “옛 물건 전시회를 통해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보냈던 옛 추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며 “어려웠지만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는 이 시대에 먼 곳으로만 여행을 떠날 게 아니라 어르신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강동어르신행복센터로 가서 타임머신을 타고 정겨운 어르신들의 그 시절로 되돌아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강동어르신행복센터 053) 243-6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