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시대
광기의 시대
  • 이화진 기자
  • 승인 2020.10.24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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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마비되고 윤리, 법치가 죽어버린 나라
너 자신을 망각한 정치인이 너무 많은 나라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인다움'을 되찾아야

  10. 19일까지 코로나로 444명이 죽음을 맞았다. 가족과의 만남이 단절된 병원에서 치료받다 유명을 달리하게 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감사원 감사 전날 밤, 원전 자료 444개가 지워졌다. 눈에 보이는 죽음도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죽은 것도 많다. 살아서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 죽어버리고 죽어야 할 것이 살아 버젓이 고개를 쳐들고 기세등등하게 굴고 있다.

 60세 이상 세대 중에는 일제강점기, 6.25 전쟁, 보릿고개 등 고난의 시절을 모두 겪었거나 한 두 시절은 겪었기에 어려움에 어지간히 단련되어 있다. 허지만 고통스러운 시절을 살아보지 못한 후대에게 광기의 미래가 다시 펼쳐진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를 생각한다면 후대를 낳아 길렀던 선대(先代)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노인 세대 중 어떤 이들은 ‘우리는 이제 살만큼 살았지만 후손들이 걱정이야’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왜 이 시대를 광기의 시대라 불러야 하는가? 역대 어느 정부든 광기를 부렸던 정치꾼이 있었으나 현 정권 들어서 광기를 부리는 정치 모리배가 지난 여러 정부에 비해 현저히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광기의 정도도 다른 정부에 비해 매우 심한 편이다. 국정 운영을 지켜보면 비정상이 정상으로 우대받고 정상이 비정상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성이 감성에 끌려가고 있다. 참과 양심이 거짓과 비양심에 짓밟히고 있다. 상식이 몰상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악과 불의가 선과 정의를 누르고 있다. 윤리와 도덕이 비윤리와 부도덕에 내몰리고 있다. 태어난 후 처음 체험하는 하는 광기의 시대가 현 정권이 끝난 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 이후부터 어찌 살아가야 할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광기를 부리는 이들이 언제쯤 광기에서 벗어나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들이 정치권력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한 대한민국은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이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 시장경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택하지 않고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택하였더라면 오늘처럼 번영된 대한민국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을 보면 근심과 분노가 일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을 비롯한 여타 장소에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에 자주 참석하고 있는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코로나 전파를 빌미로 모임을 막고 국민을 겁박하지만 나라를 걱정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국민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국민이라면 밥을 먹어도 제대로 맛을 못 느끼고 잠을 자도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윤리와 이성은 물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 보루인 법치마저 죽어버렸다. 지금과 같은 광기의 시대가 이어지는 한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는 되풀이 될 것이다. 그런 대중가요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뭇 대중의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聖哲 소크라테스는 2,400여 년 전 아테네 거리에서 ‘너 자신을 알라’라며 청년의 무지를 일깨웠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였으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계나 관계, 법조계에 내로라하는 이름을 올린 이들 중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역할, 의무, 직분, 분수, 사명 등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채 황금과 출세에 눈이 멀어 대통령과 친문들의 입맛에 맞는 언행을 일삼는 청맹과니 아닌 청맹과니들이 날뛰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의와 공정을 지켜야할 법조 삼륜 중 정권의 철저한 애완견이 된 법조인은 정의와 공정을 뒤집어 버린 채 정권의 비위에 맞는 판결이나 수사, 변론을 하여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에는 '네 역할이나 본분에 충실 하라’는 의미도 있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은 장관다워야 한다. 신도를 성스럽게 하기 위해서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 중생의 깨달음을 위하여 스님은 스님다워야 한다. 학문적 진리를 추구함에 있어서 스승은 스승다워야 하고 제자는 제자다워야 한다. 정치권에서 권력을 오남용하거나 실정과 무능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정치인다움’을 잃은 이들이다.

 가황 나훈아는 추석 연휴 콘서트에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익히 들어오고 내뱉은 말이지만 소크라테스를 닮은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 있다. 나훈아는 대중가요계의 거장으로 뭇 팬들이나 다른 연예인으로부터 정계에 입문할 것을 권유받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노래로 많은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녔기에 국회에 입성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길에 들어서지 않고 오직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로의 역할에 충실했다.

 송충이가 뽕잎을 먹는다한들 어찌 고치를 지어낼 것인가? 누에가 솔잎을 먹고 어찌 고치를 지어낼 수 있겠는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망각한 채 금뱃지를 달고 다니면서 무모한, 철면피 같은 언행을 일삼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테스형의 뜻을 망각한 채 권력의 불에 다가가기를 좋아하는 정치 부나비가 있는 한 광기의 시대는 막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테스형이 다시 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대체 어떤 말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