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달] 부대 해체하고 장병 수 줄이는 국방개혁 안보공백 두렵다
[호국보훈의달] 부대 해체하고 장병 수 줄이는 국방개혁 안보공백 두렵다
  • 김차식 기자
  • 승인 2020.06.22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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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즉생 필생즉사
안보 공백을 누가 온몸으로 막아 낼지
각 지자체에서 발 빠른 개발 대책을 마련
국민 공감을 끌며, 지도자는 생존권 요구에 응대
육군 제27보병사단 포병연대본부 연병장(김차식 중위). 김차식 기자
육군 제27보병사단 포병연대 본부 연병장에서. 김차식 기자

대한민국 육군 제27보병사단은 제7보병사단, 제15보병사단과 함께 제2군단 예하부대이다. 1953년 9월18일 창설된 이른바 육군 내 '메이커 부대'(훈련의 강도와 부대생활이 매우 힘든 부대를 일컫는 군대 은어)이다. 접경지역 5개 군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군사도시에 주둔한 부대이다.

27사단은 휴전선 동부전선 화천을 중심으로 전방지역 일대 수색 및 경계, 방어를 맡고 있다. 부대마크는 27사단의 숫자 27에서 2색(빨간색, 흰색)과 7각을 조합한 방패 모양이다. 사령부 정문에 ‘중부 전선의 수호자, 조국 통일의 선봉장’라고 쓰여 있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부대"라는 뜻으로 ‘이기자부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1977년 춘천~27사단 사령부에 가려면 수송차량으로 1시간 이상 비포장 길을 북쪽으로 가야만 했다. 27사단은 주둔지가 화천에 있고, 기자의 큰아이와 둘째가 태어나 자란 출생지이며 신혼시절의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곳이다.

기자가 현역 복무할 시 사단장(소장 권영각)은 "장병 모두가 부대 내외 보행 시, 팔을 90도 올려서 절도 있는 군인정신이 깃든 제식훈련 걸음을 할 것"을 지시했다. 부대 순시 중 불이행한 장병을 발견하면 즉시 지적, 훈계를 하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울림을 준다. 이기자부대 유격장 표지석에 새겨진 ‘훈련은 무자비하게’라는 글귀도 스쳐 지나간다.

그런 27사단이 군부대 개편이 본격화되어 사실상 2022년까지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국방개혁안(2018년 7월27일) '국방개혁 2.0'은 2006년 최초 입안 이후 2009년, 2012년, 2014년 세 차례 수정을 거쳐 네 번 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이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정신과 기조를 계승한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방개혁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추진 목표는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 선진화된 국가에 걸맞은 군대 육성 등이다.

육군의 경우 2025년까지 6개 군단 33개 사단(수년 전부터 8개 군단 39사단) 체제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진다고 한다. 또한 병력은 2022년까지 약 9만 여명을 감축한다. 군이 제시하는 비전은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육군 제27보병사단 포병연대본부 연병장 전역 신고식(1979. 6.30.). 김차식 기자
육군 제27보병사단 포병연대 본부 연병장 전역 신고식.(1979년 6월 30일) 김차식 기자

이전 정부에서도 군 감축은 조금씩 이루어져 왔으나 현 정부 들어 상당히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 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 인구 감소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이다. 병력은 줄이고 첨단기술력을 향상시켜 정예화 부대 구조로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이런 구상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적은 우리 머리에 있는데, 무작정 평화만 외치며 군부대를 축소하는 길만이 최선인가. 우리나라는 휴전국이다. 그저 인구 감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부대를 감축하고 정예부대를 해체하는 것 이상의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해소시켜 주길 바란다. 누가 이런 안보 공백을 온몸으로 막아 낼지? 우리 자손들의 몫이 아닐지? 우리를 위한 국방개혁일까?

군 병력을 효과적으로 정예화하려면 복무기간을 줄인다거나, 군부대를 해체하는 것 보다 병사들의 장기복무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 여성의 복무를 늘린다거나 미국처럼 (장교, 부사관 등) 입대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병력이 줄어든 만큼 최첨단 장비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국방비 예산을 대폭 증액시켜 이런 복합적 방법을 검토 후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27사단과 화천군은 60여 년 동안 상생의 지역경제를 유지하면서 동고동락 해왔다.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을 27사단이 담당했다. 지역 기관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27사단해체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해체 반대 시위하는 모습을 볼 때 고뇌가 교차한다.

육군 제27보병사단 포병연대 전역 기념패. 김차식 기자
육군 제27보병사단 포병연대 전역 기념패. 김차식 기자

정부는 사단 해체와 재배치로 장병은 줄지만 간부(장교, 부사관)는 증가할 것이라 밝혔지만, 대책위는 소비 주체가 장병들이라 (간부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주민들은 생존권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군부대가 해체될 경우 지역 경기가 매우 위태롭다고 한다. 세상은 빠르고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다. 화천 지역에는 찾아 볼 경관도 매우 많고, 역사적인 장소도 많다. 지자체에서 발 빠른 개발로 군민을 위한 경제대책도 동시에 마련함이 좋을 것 같다.

15년 전 옛 근무지였던 화천을 찾아 인제, 원통을 돌며 옛 발자취를 찾아본 적이 있었다. 옛날 비포장도로는 완전히 포장되어 있었고, 전방 출입도 많이 완화되어 있었다. 현역으로 복무할 때는 최악의 장소였지만, 지금은 관광지로도 손색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천 하면 군대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역 장병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다양한 관광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 병력은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데, 우리 군만 병력 감축과 군부대 해체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허구한 날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군부대 해체 및 개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접경 지역민의 생존권 보장 요구에도 최선의 노력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1976년 근무지 포병연대본부 연병장에 놓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 충신의 각오(覺悟)를 토로(吐露)한 말. 난중일기 1597년 9월15일) 한자성어를 다시 떠올려 본다. 국방의무를 위해 몸 바쳤던 곳, 27사단이 해제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에 안보의 아쉬움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