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두 번째 서원 남계서원(藍溪書院) (4)
[우리 산하] 두 번째 서원 남계서원(藍溪書院) (4)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9.08.28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방오현 중 일두 정여창을 모신 남계서원

남계서원(藍溪書院)(4)

사당에서 바리본 남계서원 전경
사당에서 바리본 남계서원 전경

 

16~17세기에 건립된 서원으로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온 성리학과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으로 2019년 7월 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 중 네번째로 남계서원을 소개한다.

남계서원은 함양군청 동쪽 수동리 원평리에 있다. 이 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서원으로 1566년 명종에게 사액 받은 서원이다. 넓은 서원 앞에는 홍살문이 있다. 이 문은 능·원·묘·정려각 앞에 세우며, 이 영역부터는 신성한 곳이란 뜻이며, 붉은색은 잡귀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벽사의 의미도 있다. 홍전문(紅箭門) 또는 홍문(紅門)이라고도 한다. 둥근 기둥 두 개를 세우고 위에는 지붕이 없이 화살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세우고, 그 중간에는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어 출입문인 풍영루, 강당인 명성당, 동재 거경재, 서재 보인재와 사당이 일직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전학후묘의 형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이후 건립되는 서원은 이러한 형식에 따랐다. 사당은 급한 경사지 위에 있다.  주향(主享)은 일두 정여창이며 동계 정온과 개암 강익을 배향하고 있다. 사당에 편액이 없으며 남계서원이란 현판은 4글자가 연결되지 않고 2글자씩 떨어져 있음이 생소하다.

이 서원의 주향(主享) 일두 정여창(一蠹 鄭汝昌, 1450~1498)은 함양 출신이다. 흔히 '뼈대 있는 고장'은  '좌 안동 우 함양'이란 말이 전해오듯 반촌이다.  또한 함양은 8담(潭) 8정(亭)을 자랑하는 화림동계곡의 누정(樓亭)이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서원에서 약20분 거리에는 일두 고택이 있다. 시호는 문헌(文獻), 본관은 하동이다. 일두는 '학행(學行)의 정수는 인간다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라고 주창한 실천유학의 선구자였다. 동방오현 일두 정여창, 한훤당 김굉필,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중 한 분이다. 고택은 산중에서도 비교적 너른 들판 깊숙한 곳,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있다. 1만여 평 정도의 넓은 집터에 솟을대문, 행랑채, 사랑채, 안채, 중문간채, 아래채, 광채, 사당 등 사대명문가의 면모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경남지방의 대표적인 고택이다. '토지' '다모' 등 드라마도 촬영된 곳이다. 고풍스러운 집 안에는 수백 년 된 노송, 자목련, 영산홍, 전나무, 사철나무, 홍매, 왕벚나무가 손님을 반겨준다. 솟을대문에는 5개의 충신, 효자 정려비가 걸려 있어 조선시대 사회제도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집안에는 500년 전통을 이어오는 가양주가 전해온다.

청계서원(靑溪書院)은 남계서원 옆에 있다. 1907년 청계정사가 있었던 터에 세웠다. 탁영 김일손을 모시고 있다. 주향(主享) 김일손은 성종 때 사림파를 대표하는 학자였으나, 연산군 때 무오사화에 희생되었다. 그가 이곳에서 한 동안 공부한 적이 있어서 이곳에 서원을 건립했다고 한다. 강당 앞에 구피목을 자랑하는 오래된 노송이 눈길을 끈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주차는 남계서원에 주차 후 도보로 관람하면 된다.

일두를 모신 남계서원 사당은 서원 뒤쪽 높은 곳에 있다
일두를 모신 남계서원 사당은 서원 뒤쪽 높은 곳에 있다
남계서원 강당에 걸린 현판은 두 글자씩 분리되어 있다.
남계서원 강당에 걸린 현판은 두 글자씩 분리되어 있다.
앞에서 바라본 남계서원 전경
앞에서 바라본 남계서원 전경
서원에서 약20분 거리에 있는 규모가 큰 일두 고택
서원에서 약20분 거리에 있는 규모가 큰 일두 고택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으로 단장한 일두 고택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으로 단장한 일두 고택
운치를 자아내는 오래된 소나무가 앞 마당에 있는 청계서원
운치를 자아내는 오래된 소나무가 앞 마당에 있는 청계서원
남계서원 앞 홍살문, 흐린날씨 때문에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다
남계서원 앞 홍살문, 흐린날씨 때문에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