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샌프란시스코
안개 속의 샌프란시스코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3.08.07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인 과학과 문화, 관광도시 샌프란시스코가 마약과 범죄로 몰락하고 있다.

십여 년 전 이맘때 미국 유타주의 파크시티에서 열리는 한·재미과학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했다.

알바니의 미국 농무성연구센타와 버클리 대학을 방문하고 베이 브릿지를 건너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갔다. 시가지의 언덕을 숨이 가쁘게 오르던 케이블카가 잠시 멎더니, 기사가 “퇴근 시간이 됐으니, 다음 케이블카를 이용하라.”고 했다. 정적이 감도는 바닷가 공원에는 여기저기 사람들이 수평선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가운데 어린이와 반려견만 뛰어다녔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잠이 깼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겨울 중에 가장 추운 것이 샌프란시스코 여름’이라고 했다. 이튿날 복잡하고 위험한 도심을 피해서 안개에 쌓인 금문교를 건너서 나파 밸리로 향했다. 북쪽의 나파 밸리와 소노마 밸리는 고온다습하고 일교차가 큰 포도 재배의 적지로 70년대부터 수백 개의 농장과 와이너리가 이곳에 조성됐다.

미국 나파밸리의 포도밭 전경(2011.8.). 정신교 기자
미국 나파밸리의 포도밭 전경(2011. 8. ). 정신교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스페인 사람들이 개척한 작은 마을에서부터 1848년 골드러시로 인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도시로 발전했다. 이윽고 멕시코로부터 미국이 캘리포니아를 획득하면서 미국의 서해안의 주요 관문인 항구 도시로 성장하게 됐다. 1937년도에 완공된 금문교(Golden Gate Bridge, 2789m)는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지르는 초대형 현수교로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다. 1959년 소련 서기장 흐루쇼프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고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매력있는 도시로 개혁하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반전운동과 히피 문화의 중심지로서 머리에 꽃을 꽂은 젊은이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몰려들어 문학과 예술, 음악과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버클리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해있는 과학과 기술, 교육과 문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자유와 창의를 사랑하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수많은 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생겨났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산타클라라 계곡에서부터 인텔, AMD, 퀄컴 등의 반도체와 하드웨어 기업과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기업이 생겨나면서 반도체의 기본 원소 실리콘과 산타클라라 계곡(valley)의 합성어인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이 생겼다. 샌프란시스코는 태평양 연안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관광명소들을 지닌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세계적으로 IT 기술과 과학을 선도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위상이 몰락하고 있다. 고물가와 살인적인 주거비로 노숙자가 속출하고 기업들은 본사와 사무실을 다른 도시로 옮기고 있다. 도심에 모여든 노숙자들은 마약을 상용하며 공공연하게 절도와 약탈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다. 마약, 총기 사고, 폭력, 절도 등의 범죄지수는 캘리포니아주 평균지수의 10배를 넘고 있다. 기업들의 탈샌프란시스코 현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치안 부재에 있다고 한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창의와 혁신으로 샌프란시스코가 거듭나서 본래의 명성을 한시바삐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금 안개 속이다.

I left my mind in San Francisco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잊지 못하네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언덕 높은 곳에서 그가 나를 부르네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climb half way to the stars

작은 케이블카가 별들을 향해 오르는 곳에

The morning fog may chill the air, I don't care

새벽 안개가 차가워도 괜찮아요

… 중략 …

(Song of Tony Bennett, ‘I left my mind in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전경(2011. 8. ). 정신교 기자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전경(2011. 8. ).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