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잃어버린 왕국 의성 조문국(召文國)
[여행] 잃어버린 왕국 의성 조문국(召文國)
  • 김재도 기자
  • 승인 2023.05.24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성의 동남쪽 금성산 아래 높고 낮고 크고 작은 고분들이 있다. 370기가 넘는 무덤. 오래된 기록은 초기 국가시대 이곳에 ‘조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고 전해준다.

 

옛 무덤들 사이 완만한 비탈에 작약 꽃밭이 넓다. 붉은 꽃들이 화려했던 조문국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다.

 

비옥한 대지 위에 세워진 고분군

대동지지와 읍지에 '현재의 경북도 의성군 의성읍에서 남쪽으로 25리 떨어진 금성면 일대'에 조문국이 있었다고 전한다. 금이 많은 황금의 나라, 기와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와문이 유행했고 비봉곡이라는 노래가 있었으며, 조문금이라는 12현 악기가 있었다.

이 무덤들은 5∼6세기쯤인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탑리의 고분군은 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분의 발굴조사는 1960년부터였다. 봉분들 사이에 봉분 모양의 '고분 전시관'이 자리한다. 내부에는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굽다리 접시·목 항아리·항아리 뚜껑 등 많은 토기가 출토되었는데 이는 '의성양식토기'라 불릴 만큼 독자적인 것이다.

코로나로 중단했다 올해 거행된 경덕왕릉 향사에서 헌관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

고분들에는 묘석이 없다. 단 하나의 무덤만이 묘석을 가지고 있다. 1호 고분, 그것은 조문국 경덕왕의 능으로 추정된다. 조선 중기부터 지내온 경덕왕릉 향사는 1909년까지 지속되었고 1910년 일제의 무단통치기 때 중단되었다. 현재는 경덕왕릉보존회가 이어받아 매년 음력 3월이면 향사를 봉행하고 있다.

 

고분전시관은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했다.

조문국 박물관

고분군에서 멀지 않은 금성면 초전리에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이 있다. 옛 조문초등 자리에 2013년에 지은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다. 박물관 초입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국보 77호인 탑리 5층 석탑의 실물 모형으로 조문국 시대 천기를 점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로 그 석탑이다.

주변에는 모형석실고분과 민속유물전시관·미로정원·공룡정원·고인돌정원·공룡놀이터·거울연못·야외공연장 등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는 상설전시실·기획전시실·열린수장고·의성상상놀이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그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던 조문국 관련 유물과 의성지역에서 출토되었던 유물들이 모여 있다.

삼국사기에 '신라 벌휴왕 2년인 185년 2월, 파진찬 구도(仇道)와 일길찬 구수혜(仇須兮)를 좌우군주(左右軍主)로 삼아 조문국을 벌(伐)하였다'는 짧은 기록만이 전해지는 조문국. 신라에 복속된 뒤에도 오랫동안 독자적 세력을 형성했으리라 짐작된다.

조문국 여행을 마친 뒤에는 근처 ‘의성 마늘 한우’로 유명한 식당에서 최고급 한우를 실속 있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