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의 기적’
카타르 ‘도하의 기적’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12.05 12: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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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도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 이란 경기 종료 직전에 이라크의 동점 골로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 사건

1994년 카타르 도하(Doha)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일본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10초 전에 이라크가 동점 골을 넣어서 본선 진출팀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게 됐다.

도하의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일본, 한국, 북한의 6개 팀이 경기를 벌여서 2개 팀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는데,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순위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이라크, 이란, 북한의 순이었다. 북한을 제외한 5개 팀은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일본과 이라크, 한국과 북한의 6개 팀이 동시에 벌이는 최종전에서 북한을 반드시 이기고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중 한 팀이 비기거나 져야 본선 진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이란을 4대3으로 이기고 경기를 끝냈으며 일본은 이라크를 2대1로 앞서나가고, 한국은 후반전에서 전의와 기력을 상실한 북한에 3대0으로 이기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후반 추가 시간에 얻은 코너킥을 이라크의 움란 자파르 선수가 헤딩슛을 성공시키면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거의 동시에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본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으며, 북한에 3대0으로 승리하고도 풀이 죽어있던 한국 선수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만세를 불렀다.

한국과 일본은 2승 2무 1패, 승점 6점으로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두 골을 앞서면서 3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도하의 기적’과 최초의 본선 진출의 꿈이 날라간 충격에 일본 열도가 초상집으로 변했던 ‘도하의 비극’이 탄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2002년 월드컵 개최 노력도 물거품이 되면서 2002 월드컵은 한·일 양국이 공동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2022년 카타르의 월드컵은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열사의 중동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월드컵이다.

32강이 8개 조로 나누어 16강 진출을 겨루는 예선 리그에서 일본은 첫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을 만났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꺾은 사실에 고무된 일본팀은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2대1로 격파하면서 ‘죽음의 조’인 E조 수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29년 만에 ‘도하의 비극’을 ‘도하의 기적’으로 바꿨다.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와 같은 조에 편성된 한국팀은 첫 경기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 선전하면서 0대0으로 비겼다. 가나팀과의 경기에서는 전반전에 두 골을 잃어서 패색이 짙었다. 후반전에 신예 조규성이 연거푸 헤딩골을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지만 3대2로 석패하면서 일순 16강 진출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강호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주장 손홍민의 70m 질주에 이은 황희찬 선수의 역전 골로 2대1로 승리하여 다시 한번 16강에 진출하는 ‘도하의 기적’을 연출했다.

12월 6일 오전 4시, 우승 후보 1순위인 브라질과의 월드컵 본선 16강전에서 다시 한번 우리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