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즈음하여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즈음하여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9.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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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 14개 국 국왕, 56개 연방국 원수 재위 70년(1952∼2022)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2022년 9월 8일 18시 30분(현지 시각) 스코틀랜드 에버딘셔 밸모럴성에서 향년 96세를 일기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여왕이 서거함에 따라 장남 찰스 3세가 새로운 영국 왕이자 영연방 소속 14개 왕국의 수장이며 56개 연방국의 원수 자리를 물려받았다.

마그나 카르타,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을 통해 이루어진 영국의 입헌군주제는 19세기 빅토리아 여왕(1819∼1901) 시절에 전성기를 맞는다. 오대양 육대주 북극에서 남극까지 ‘해가 지지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시대는 빅토리아 여왕의 죽음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그 광휘와 잔상이 반세기 후에 대영제국의 신민들에게 다시 위대한 여왕의 시대를 끌어낼 줄 누가 알았으랴?

엘리자베스 2세(1926∼2022) 여왕은 빅토리아 여왕의 장남 에드워드 7세(1841∼1910)의 뒤를 이은 조지 5세(1865∼1936)의 차남 조지 6세(1895∼1952)의 장녀로 태어난다(왕위 계승 서열 3위).

그러나 조지 5세가 죽자 왕위에 오른 장남 에드워드 8세(1894∼1972)가 미국의 심프슨 부인과 세기적인 연애를 하면서, ‘왕관보다 사랑을 택하겠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1년 만에 퇴위할 줄이야!

왕위에 오른 아버지 조지 6세를 보필하기 위해 장녀 엘리자베스는 2차대전 중 수송병으로 자원 입대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왕실의 위상을 드높이게 된다. 1947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방문 중에 “내 삶이 길든 짧든 평생토록 국민을 섬기는 데 헌신할 것임을 여러분 앞에 선언합니다.”라고 한 연설문이 그대로 여왕의 생애가 됐다.

첫사랑의 호위무사인 필립공을 남편으로 맞아 찰스 왕자와 앤 공주를 낳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왕위를 계승한다.

‘하느님의 은총인 그레이트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과 그 밖의 국가와 영토의 여왕, 영연방의 원수, 신앙의 수호자이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폐하’ 가 그녀의 공식 호칭이다.

영국 국왕은 56개 연방국의 원수이며 그 가운데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카리브해 국가 등의 14개 나라는 현재까지도 영국 국왕을 왕으로 섬기고 있다.

입헌군주제에서 왕의 역할은 ‘군림(reign)하되 통치(rule)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규정되며 그 권한 대행자인 총리의 상의를 받고 격려하고 경고하는 것이다. 취임 5년 뒤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여왕은 “나는 사법이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다만 여러분에게 내 마음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1961년 가나 방문 때 여왕은 은크루마 초대 대통령에게 즉석 댄스를 제의해서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식민지의 신민과 여왕의 댄스는 일약 세계적인 화제가 됐으며 아프리카 신생국들은 연방의 일원으로 공고히 남게 됐다. 재위 70년 동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권위와 품위로서 국민에게 봉사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지난 1999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초대로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안동의 하회마을을 찾아서 충효당에서 73세 생일상을 받기도 했다. 여왕은 한국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왕실에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이용하여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이 영국 왕실의 '퀸 로열 워런트(Queen Royal Warrant)‘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가장 충직한 신하이며 평생의 반려자였던 필립공을 여의는 크나큰 슬픔을 겪었다.

밸모럴성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를 임명하고 접견한 것을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하고 여왕(96세)은 재위 70년의 임기를 끝내고 장남 찰스 3세에게 왕위를 물려 주었다.

여왕의 유해는 영국민의 애도와 조문 속에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거쳐 런던 버킹엄궁으로 운구되었다.

장례식은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세계의 지도자들과 각계각층 인사 수천여 명과 수많은 영국 국민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오전 9시 영국 국장으로 거행된다.

‘ 신이여, 여왕을 맞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