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상고대
[야생화 이야기] 상고대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2.03.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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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만든 꽃

상고대는 야생화 중의 야생화이다. 어느 시인이 상고대를 보고 눈물꽃으로 표현했기에 나는 상고대를 야생화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상고대란 사전적 의미로는 공기냉각이 식물의 가지나 잎에 만드는 빙결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자연이 연출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작품이다.

찰나에 사라져 버리는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는 야생화, 자연을 분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을 때 우연히 태백산에서 생전 처음으로 상고대를 보았다. 경이로웠고 숭고하기까지 했던 그 멋진 경험은 자연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다. 설경이 주는 풍경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 바로 상고대이다.

사람들은 소유하고 싶은 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원으로 화분으로 마당으로 꽃들은 본의 아니게 옮겨지거나 이식되고 있지만 절대로 가져갈 수도, 식재할 수도 없는 꽃 바로 상고대이다.

그런데 어느 고택의 뜰에 상고대가 찾아왔다. 산간 지방에서는 굳이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이렇게 깜찍한 상고대를 볼 수 있다. 겨울이 주고 가는 작별의 선물일지도.

이상기온으로 봄이 일찍 찾아오니 상고대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짧아진다고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시 속에서나 상고대를 상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고대 눈물꽃

                                         문태성

 

쉬어 넘는 백두대간 태백산정

천 길 구름길 따라 밤새 이슬되어

구슬프게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구나.

 

순백의 요정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껴안고 두리둥실 어깨춤을 추다가

완숙한 몸체로 뒤엉켜 붙었어라.

 

천국에서 만나랴, 천상에서 만나랴

그리워 못잊어 입맞춤을 오래하는 듯

설빙 빚은 무아지경 황홀경아.

 

햇살 머금은 달빛도

봄시샘을 저으기 해본들

영원히 그대로 멈추어다오

상고대 눈물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