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는 야생화 중의 야생화이다. 어느 시인이 상고대를 보고 눈물꽃으로 표현했기에 나는 상고대를 야생화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상고대란 사전적 의미로는 공기냉각이 식물의 가지나 잎에 만드는 빙결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자연이 연출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작품이다.
찰나에 사라져 버리는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는 야생화, 자연을 분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을 때 우연히 태백산에서 생전 처음으로 상고대를 보았다. 경이로웠고 숭고하기까지 했던 그 멋진 경험은 자연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다. 설경이 주는 풍경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 바로 상고대이다.
사람들은 소유하고 싶은 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원으로 화분으로 마당으로 꽃들은 본의 아니게 옮겨지거나 이식되고 있지만 절대로 가져갈 수도, 식재할 수도 없는 꽃 바로 상고대이다.
그런데 어느 고택의 뜰에 상고대가 찾아왔다. 산간 지방에서는 굳이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이렇게 깜찍한 상고대를 볼 수 있다. 겨울이 주고 가는 작별의 선물일지도.
이상기온으로 봄이 일찍 찾아오니 상고대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짧아진다고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시 속에서나 상고대를 상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고대 눈물꽃
문태성
쉬어 넘는 백두대간 태백산정
천 길 구름길 따라 밤새 이슬되어
구슬프게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구나.
순백의 요정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껴안고 두리둥실 어깨춤을 추다가
완숙한 몸체로 뒤엉켜 붙었어라.
천국에서 만나랴, 천상에서 만나랴
그리워 못잊어 입맞춤을 오래하는 듯
설빙 빚은 무아지경 황홀경아.
햇살 머금은 달빛도
봄시샘을 저으기 해본들
영원히 그대로 멈추어다오
상고대 눈물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