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풍광에 퇴계 이황도 반한, 제천 옥순봉
빼어난 풍광에 퇴계 이황도 반한, 제천 옥순봉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2.0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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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반 으뜸 경승지, 단양팔경중 4경, 제천십경중 8경
정상에서 바라보는 옥순대교와 옥순봉 출렁다리 조망 압권
옥순봉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순대교. 장희자 기자
 
서리 내린 붉은 벼랑엔 가을 맑은 물 고요하고
거룻배 모는 이는 옥(玉)병풍 안으로 들어가네
천태만상이 화락에 쌓여 부족함이 없으니
화옹(畵翁)과 시선(詩仙) 모두 아직 할일이 없어라.  
(옥순봉, 황준량)
 
옥순봉에서 고요를 선물로 받았다. 옥순봉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 산8번지에 있다. 남한강이 단양읍을 휘돌아 장회나루에 이른다. 장회나루에서 구담봉을 지나 청풍방향으로 1정도 내려오면 희고 푸른 바위들이 마치 하늘을 향해 우뚝우뚝 솟아오른 신비한 총석(叢石)을 만나게 된다.
 
돌기둥처럼 생긴 석봉들은 비가 갠 후 옥과 같이 푸르고 흰 대나무 순이 돋아 난 듯 하다고 해서 옥순봉(玉筍峯)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청풍호와 어우러져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수직으로 된 절벽을 형성하게 된 것은 수직절리가 발달한 화강암에 하천의 침식작용이 지속되어 단애가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옥순봉 정상 뒤편으로 말목산과 구담봉이 보인다. 장희자 기자

옥순봉이 단양팔경에 속하게 된 것은 조선 명종 때 이황이 단양팔경의 하나로 명명하면서 비롯되었다. 이황은 단양팔경을 정하면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등 일곱 개의 경승지에 옥순봉을 꼭 포함시켜야 단양팔경이 제대로 구성될 것 같았다.

당시 단양군수였던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 달라고 청풍(제천)부사에게 청하였다. 청풍부사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황은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고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후일에 청풍부사가 옥순봉을 찾아가 각자를 보게 되었는데 글씨가 힘차고 살아 있어 누구의 글씨인가 하고 물었다. 이황의 글씨라는 대답을 듣고 감탄하여 옥순봉을 단양에 주었다고 한다. 2008년에 명승 제48호로 지정되었다.

옥순봉 전망대에서 보이는 옥순봉 출렁다리. 장희자 기자

이황은 옥순봉을 중국의 소상팔경보다 더 빼어난 경승이라고 극찬했다. 단양산수기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구담봉에서 여울을 따라가다 남쪽 언덕을 따라가면 절벽아래에 이른다. 그 위에 여러 봉우리가 깎은 듯 서 있는데 천 길이나 되는 죽순과도 같은 바위가 높이 솟아 하늘을 버티고 있다. 그 빛이 혹은 푸르고 혹은 희며 등나무 같은 고목이 아득하게 침침하여 우러러 볼 수는 있어도 만져 볼 수는 없다. 이 바위를 옥순봉이라 한 것은 그 모양에서 연유한 것이다."

단양팔경의 하나인 인근의 구담봉과 함께 장회마루, 신단양나루, 청풍나루충주나루 등을 통해 호수 위로 배를 타고 접근해 조망할 수 있다. 장회나루의 이 협곡을 단구협(丹丘峽)이라 불렀다. 이는 연산군 때 김일손이 이곳을 지나다 그 절경에 도취되어 열 걸음 걷다가 아홉 번 뒤돌아 볼 만큼 절경지라고 칭찬을 하고즉석에서 단구협이라 칭하였다고 한다.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옥순봉은 해발 283m의 낮은 봉우리이다. 충주호의 건설로 인해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게 되어 옛 모습은 다소 변한 상태이다. 강에서 바라보는 조망지점도 댐을 막기 전보다는 약간 높아진 상황이다 호수의 수면이 넓어져 수직으로 선 봉우리와 조화를 잘 이루게 되었다. 강 위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조망하기 좋은 여건이다.

가은산 둥지봉 앞으로 유람선이 지나가는 모습. 장희자 기자

 

정상에서의 경치는 청풍호 하류에 옥순대교와 2021년 10월 22일 개장한 옥순봉 출렁다리 조망이 한 편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다. 금수산 정상을 중심으로 함께 펼쳐진 가은산 둥지봉의 암봉들도 한 눈에 들어온다.

남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월악산 영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봉우리가 마치 짐승의 송곳니 같이 뾰족이 솟은 모습이다. 옥순봉 정상 조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해질 무렵 충주호반 석양의 풍경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절벽 위에 있는 옥순봉 정상석.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