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의 추억-손꼽아 기다린 가을, 나 홀로 걷기 여행
이 가을의 추억-손꼽아 기다린 가을, 나 홀로 걷기 여행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11.1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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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오름(제주시 구좌읍)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다. 허봉조 기자
지미오름(제주시 구좌읍)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다. 허봉조 기자

 

그토록 가을을 손꼽아 기다린 이유는, ‘나 홀로 걷기 여행’을 위해서였다. 매년 가을, ‘제주올레 걷기축제’에 참가해온 지 10년째. 추억이라는 앨범의 가장 많은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 제주올레 걷기가 아닌가 싶다. 다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춘 차분한 행사로 진행이 예정되어, 기꺼이 나 홀로 걷기를 시도했다.

마음 맞는 친구 두세 명이 같이 걸으면 외롭지 않아 좋다. 그러나 혼자 걷는 맛이 의외로 짭짤한 것은, 천천히 걸으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걷는 것 정도라면,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하다. 그러나 한 번쯤 정해진 굴레를 벗어나보는 것은 나른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줄 자극이 될 수 있다.

걷기의 효능을 알고 나면, 더욱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걷기는 많은 근육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혈액순환 개선으로 뇌졸중 및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있고, 골밀도를 유지함으로써 어깨와 목, 허리 등 만성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혈압과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뇌의 대사활동을 증진해 치매를 예방하고, 심장과 폐, 근육 강화는 물론 우울증 완화에도 좋다.

제주올레는 해변을 중심으로 총 26개 코스로 이루어져있다. 매 코스마다 해안 길과 오름과 밭길과 마을길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 사시사철 피고 지는 아름다운 야생화와 시원하게 스쳐가는 바람 한 줄기, 반짝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혼자 걷는 발걸음이 허전하지 않은 보석 같은 친구들이다.

제주올레길 걷기가 좋은 이유는,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일의 한낮, 올레길 한 코스(15㎞ 내외)를 온전히 걷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한산하다. 나그네의 발길 따라 한가로이 날아다니며 관심을 유인하는 음악 같은 새소리에 흥겨운 콧노래로 화답하니, 마음도 느긋해진다.

제주올레길 걷기 여행을 하고 나면 언제나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이 뛰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진다. 그렇게 가을은 추억을 엮고, 그 추억을 회상하며 성장하는 계절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