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은 지나가는가?
경칩은 지나가는가?
  • 김차식 기자
  • 승인 2020.03.06 0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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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
- 경칩의 봄기운으로 일상의 삶 전환 소식을 절실

얼어붙은 땅이 녹아 새싹 자람을 알리는 경칩은 지났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전국은 온통 전쟁터 같은 느낌이다.

하루 빨리 햇살처럼 사랑이 넘치고, 정이 오가는 따스한 봄날의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바란다. 이 시국에도 봄은 왔는가? 오늘도 코로나19의 아픔들이 우리에게 언제 있었던가하는 빠른 종식을 기도한다.

늘 그렇게 행동하였듯이 부족한 삶을 채우기 위해서 살아가는 하루하루이지만, 우리를 위하여 봄이 주는 만남의 선물들은 거역할 수 없다. 봄내음 가득 담은 향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도움을 주시는 한분 한분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이 순간에도 코로나19를 위해 온 몸을 받쳐 일하는 모든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동면하던 개구리와 뱀 같은 동물들이 놀라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나갔다. 경칩은 한자로 ‘놀랄 경(驚)’에 ‘숨을 칩(蟄)을 쓴다. 3월 5일 경으로 겨울이 지나고 해빙기에 접어든다는 말로서 보리밭 관리를 하고 새해 농사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경칩은 새 생명이 돋는 것을 기념해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옛날엔 경칩 때 양서류인 개구리들과 도룡농이 알을 낳으면 몸이 건강해지길 바라며 먹는 풍속도 있었다.

남부지방에서는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시며 위장병을 달래기도 하며, 흙일을 하게 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는 일이나 담을 쌓기도 했다. 선조들은 개구리 울음 소리를 서서 들으면 그 해는 일이 바쁘며 누워서 들으면 편안한 한 해를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경칩의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들이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봄이 시작하는 직전이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사랑을 고백하여 여인들이 많이 탄생했다. 사랑이 싹트는 새봄!

발렌타인데이의 어원은 고대 로마에서 2월15일에 열리는 루페르칼리아(Lupercalia)축제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과 사탕을 선물하는 날의 전통으로 남녀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산사에 가면 한 구석에 토속신앙인 칠성당을 존치해두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축제날에 남성이 사랑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여성이 뽑게 해서 짝짓기를 했다.

서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발렌타인데이 때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날의 유래에 대해선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듯하게 포장된 얘기에 불과하다.

조선시대에서도 봄에 사랑을 고백했던 날도 있었다. 모든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경칩에 조선의 여인들이 고백하는 날로 은행나무와 관련이 있었다.

천연을 산다는 은행나무는 암‧수가 마주보며 결실을 맺는다. 순결한 사랑의 자태로 여겼다. 사시찬요(四時纂要, 중국 당(唐)나라 때 한악(韓鄂)이 편찬한 농업관련 저서)에서 은행 알의 모양이 뾰족한 삼각 모양(수 은행)과 둥근 모양(암 은행)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월 대보름에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에 두 부부가 남자는 수 은행, 여자는 암 은행을 먹으면서 사랑을 나누었다. 한편, 처녀 총각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洞口) 밖에 있는 암‧수은행나무를 돌면서 사랑을 나누었다.

오늘 날 우리나라는 여자와 남자가 고백하는 날을 따로 두어 발렌타인데이 날에는 초코렛, 화이트데이 날은 사탕을 주어 상업성의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천년을 함께 마주 바라보고 서있는 암‧수은행나무처럼 순결한 사랑을 나누길 바라며 경칩에 은행을 나누어 먹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찬 겨울을 견디고서 따스한 봄이 오듯이, 인내는 쓰고 힘들지만 그 열매는 달고 아늑할 것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경칩의 봄기운으로 일상의 삶, 전환 소식을 절실히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