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파는 할머니
봄을 파는 할머니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4.02.2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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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팔면서
햇살과 웃음도 나누는 할머니

 

봄을 몰고 오신 할머니. 장명희 기자

땅 밑에서 모진 겨울을 견딘 새싹들이 바깥세상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서로 위로하면서 경쟁이나 하듯 파란 잎새를 자랑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찾아온 것도 대견하지만,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겸손을 가르치는 것 같다.

길가 한 모퉁이에 유모차(실버차)를 세워 놓고, 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할머니의 웃음 속에서 알 수 있었다. 냉이, 쑥, 달래, 씀바귀 등 여러 가지 봄나물을 길거리에 진열해 놓고 봄을 팔고 있었다. 향긋한 봄 내음은 어디서 누구를 따라왔는지, 할머니의 손끝에서도 봄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무엇이 그렇게 좋으신지 연신 주름살 사이로 함박웃음을 피워내신다. 겨우내 아랫목에서 엉덩이가 얼마나 들썩였을까. 해마다 봄나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길가는 나그네 한 분이 할머니께 말을 걸었다. “할머니, 봄 햇살은 팔지 않습니까?”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먼 길을 갈 때가 머지않아 봄나물을 사면 봄 햇살은 덤으로 드립니다”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고 정이 넘쳤다.

햇빛이 아주 작은 틈을 통하여 보여질 수 있듯이, 사소한 일 하나 태도 하나, 말씨 하나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새하얀 봄꽃이 피고 있었다. 누구나 바라보아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의 꽃이라고 생각되었다.

봄의 날개가 비상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봄은 벌써 가슴 속에서 피어올라 몽우리를 터트리고 있다. 온종일 어린아이가 밖에 나가서 뛰어놀다가, 저녁에 할머니 품에 안겨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늑히 잠자는 순간처럼 할머니는 너무 평화로워 보인다.

아름다움은 몸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미’란 세월의 연륜 속에서 투박한 손에서 흘러나오는 사람의 향기이다. 우연히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반드시 나보다 나은 점이 하나라도 있다. 그것을 할머니께 배우면서 왠지 봄나물에서 할머니의 고비마다 살아온 삶을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 오늘 봄나물 떨이로 손주 용돈이라도 주었으면 작은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