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시들지 않는 노년
꽃처럼 시들지 않는 노년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4.02.08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로운 한 송이 꽃, 주위 새싹 보며 ‘위로’ 배우고
어르신 올바른 성품, 젊은이들 건강한 사회 대물림

두메산골에 외롭게 핀 한 송이 꽃이 있었다. 늘 보아주는 나그네가 없어서 불만이었다. 그렇게 모진 겨울도 이겨내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건만, 보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쓸쓸했다.

땅 밑에서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을 바라보면서 어딘가에서 솟구치는 긍정의 힘이 있었다. ‘위로’라는 아름다운 말을 세상에서 처음 배웠다.

지금도 요양원에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생을 정리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절망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생명의 고귀함을 전한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존중받고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요양원을 찾을 때마다 언젠가 자신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늘 미래를 준비하고 깨어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언제라도 위로해 줄 수 있는 잠재 의식이 있다.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이름 없는 별빛처럼, 누군가를 지킴으로써 세상은 그래도 마음속에서 빛을 낼 수 있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어떤 목적이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굳세게 자리를 지키면서, 사회를 원활하게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회에 뒤안길에서 홀로 살아갈 필요성은 없다. 지난날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살아왔는지, 지금의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어르신들은 자식들의 그늘이다. 한여름의 뙤약볕에서도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고목 나무의 넉넉한 마음의 안식처를 알 것이다.

길을 가다가 유모차(실버카)를 밀고 가는 어르신들의 손을 무심코 바라본다. 세월이 묻어 있고 세상살이의 바람막이를 해준 병풍 같은 손이었다. 세월을 따라 질주해본다. 험난한 시간을 고비마다 넘기면서 고통과 시련의 엇갈림이 손에서 나타난다.

설날 멀리 떠나 있는 자식들이 찾아온다. 한 송이 꽃은 시들어도 부모님 마음은 꽃처럼 단아하게 피어 있다. 사람의 향기가 난다. 오랜만에 서로의 기분 상하지 않게 기분 좋은 담소로 웃음꽃이 피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밝은 모습으로 내일을 약속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바람이자 함께 해야 할 사랑이다.

이 세상의 빛 또한 아직 꺼지지 않는 것은 산천의 꽃들이 척박한 땅보다 많기 때문이다. 사회가 지금까지 밝고 건강한 것은 어르신들의 올바른 성품으로 젊은이들이 교훈 삼아, 건강한 사회를 대물림하기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후세들에게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밝은 마음의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미래의 한국인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