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天災地變)과 인재(人災)
천재지변(天災地變)과 인재(人災)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7.19 12: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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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것’에는 생각과 행동과 말도 포함된다. 흔히들 말하는 자연재해, 천재지변(天災地變)은 ‘하늘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인간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재해를 말한다. 지진, 태풍, 호우, 폭설, 폭염 등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면 사고가 생기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도 큰일이 벌어진다. 자연현상의 결과를 결국은 인간들이 갈무리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자연재해가 결국은 인재(人災)로 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예방 보다는 발생 후에 수습하는 절차가 관행처럼 되어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역시 예방보다는 복구, 수습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 경향이다. 고쳐야 할 일이다.

지진의 예를 들어 보자. 모든 건축물을 지을 때는 지진에 대비한 구조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환경영향평가 라고 하는 것이 대체로 자연재해와 관련 있는 사항들이기도 하다. 지진에 대비하듯이 폭우에도 대비하지 않는지 의아스럽다. 빈도로 치자면 지진보다는 폭우가 훨씬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 않은가.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 왔다. 하지만 직접 적으로 와닿지 않아서 그런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답이고 한편으로는 지구에 사는 생물체인 ‘나’ 로서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탄소 배출을 줄어야 한다는 국제적인 협정이 파리협정(paris agreement, 2015.12.12.)인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세계는 동참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2도 이하로 막자고 하는 세계 모든 국가들의 협약인데 이 협약을 잘 지키지 않은 것은 인재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자연의 환란은 바로 인재(人災)다.

오송 지하차도의 사고는 명백한 인재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 이라고 그렇게 큰소리치고 있으면서 비상시에 도로를 차단하는 장치(자동잠금장치라고 하자)하나를 하지 않았다. 이미 그런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고 개발되어 있다.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도로 위에 과속 감지 카메라 설치 정도의 비용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수 천대의 카메라로 과속단속으로 거두어들인 과태료를 지하나 지상이나 도로의 안전을 위해 우선 사용하라는 것이다.

충청권, 경북 북부, 전라권의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제방 붕괴 등의 사고 역시 예방 활동을 소홀하게 한 결과물이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강수량을 예측하고 계속 예보를 쏟아 냈지만 모두가 내 코앞의 일이 아닌 것처럼 했기 때문에 터지고, 넘치고, 잠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배수펌프가 수몰되었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을 감안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전기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배수펌프는 물에 잠겨도 되는 수중 펌프이고 배전반인 컨트롤박스는 당연히 침수가되지 않을 높은 곳에 설치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인데 그것이 침수되어 작동되지 아니하고 저지대가 물바다가 되어버렸다니 통탄할 일이다.

인간의 지식과 지혜와 기술로 감당할 수 없는 것 외에는 신의 영역이라고 치부하고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과 하여야 할 것을 가려 충실하게 한다면 자연의 재해도 얼마든지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다. 예방이 인명을 살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