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심리와 행동경제
인간심리와 행동경제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7.07 21: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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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체률이 높은 새마을금고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관련하여 내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공식적인 발표는 오히려 예금 거래자들에게 불안을 조장하고 일시적 인출사태를 몰고 오는 우를 범했다. 뉴스전문 채널에서 마치 사건 사고를 다루는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서 진의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감사는 문제가 있거나 있다고 짐작이 가는 대상을 전문가가 살펴보고 잘 잘못을 바르게 잡는 것인데 그런 감사를 공개하고 확장시키는 언론의 처신도 예금 거래자의 심리적인 면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반영될 것이 틀림없다. 금융기관의 부실을 감사한다고 떠들어 대는 것은 괴담이 아니라 공포와 불안 분위기를 스스로 조성하는 행위다.

심리학자인 다니얼 카너먼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이후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는 확장하게 되었다. 도모노 노리노는 그의 저서 (행동경제학: 이명희 옮김 2012. 서울:지형)에서 상황에 대한 인간의 ‘판단과 선택’은 경제학과 심리학에서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경제학은 인간은 매우 합리적이고 계산도 바르며 자신의 선택에서 고려하는 모든 대상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계산하여 가장 효용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반면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가끔 일관되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하며 계산이 분명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본다. 이번 새마을금고의 대량 인출사태는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면에서 다분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예금자보호법에서는 일정 금액의 한도 내에서는 국가가 그 지급을 보증하는 것인데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자꾸 부각시키는 점도 저의가 있는 것 같은 의심이 든다. 한술 더 떠서 법에서 정한 금액을 상회한다고 하더라도 지급을 보장할 것이라면서 갑작스런 예금의 인출을 막아보려고 하지만 예금자의 심리는 이미 “이거 망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결정해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걷잡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당국에서 문제를 크게 만들고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본다. 관계부처의 차관이 통장을 개설하는 쇼를 하지만 이미 심리는 ’아니다‘인 것이다. 생선 비린내 나는 수조의 물을 퍼마시는 퍼포먼스나 다를바 없는 통장 개설행위는 오히려 리터닝부메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수 개월 전에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를 보았고 그것의 영향을 똑똑하게 보았지 않은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초고속 예금인출로 하룻만에 파산의 문을 열게 된 사례를 눈여겨 보았다면 이번 새마을금고의 예금 인출사태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당국자의 무능이거나 아니면 예금보호 한도와 관련된 숨은 저의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황당한 충성의 경쟁이 아니라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일부러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개탄한다. 경제활동에 있어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며칠전 경제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발언과 그 결과를 상기해보면 거울을 보듯 뻔하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안정으로 보는 시각보다 분명 더 많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도 중요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이면에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경제의 운용에 심리적인 요인을 미리미리 감안해 보는 시뮬레이션 절차를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문제는 경제야‘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경제는 심리야‘를 보태면 어떨까. 새마을금고의 인출사태가 다른 나쁜 영향을 초래하는 심리를 자극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