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의 공황장애
구청장의 공황장애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6.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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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와 관련해서 구속되었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구속에서 풀려난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두고 설왕설래가 가관이다.

정신건강 의학에서는 공황장애를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하지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의 불안 증상으로 불안 장애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장애라고 볼 수 있고 공황 발작은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빨리 작동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등의 상황을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네이버지식백과)

구금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장애가 구속에서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구청업무에 복귀하는 시도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할지 아니면 공황장애라는 질환이 구속에서 풀려나기만 하면 씻은 듯이 싹 낫는 질병인지 헷갈린다.

선출직 공무원인 구청장이 대형인사(人死)사고와 관련하여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나지만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고, 구청의 업무시스템상 장(長)이 부재한다고 해서 작동이 마비되거나 구민이 굶어 죽을 일도 없는데, 당장 출근하는 모습을 보란 듯이 강행해야 할 만큼 긴급하고 중차대한 일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그날의 사고로 마음 아파하는 유족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지를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릴 작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서둘러 출근할 강행할 수가 있을까? 사고 당시 행정단위로는 매우 직접적이고 최고 책임자였던 구청장에 대한 비난과 원망을 기억했다면 보다 신중한 결정이 있어서야 하지 않았을까? 유족들의 저지선을 뚫고라도 출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도 기다리고 있었는가? 마치 구청장인 자기가 아니면 하루라도 견딜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복귀에 집착하는 행동이 바른 처신인가?

구청장의 역할이 행정단위 수반으로서의 직능뿐 아니라 정치적인 기능도 수반되는 것이 당연하다손 치더라도 주민을 얕보고 무시해도 되는 상대로 가볍게 여기는 행동을 하여서는 더더욱 안된다. 용산구민 누구나가 구청장이라는 마음이었다면 그런 가벼운 처신이 가능할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구청장은 현실에서는 임명직이 아니라 주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임기가 정해진 보직이고 따라서 박희영 구청장은 법원의 결정에 의해 구청장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 이상 그 직을 유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태원 사고 유가족들은 ‘박희영 구청장은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사고와 관련하여서는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할뿐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구청장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공직자 들이 자신의 자세와 책임과 권한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심과 지식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박희영 구청장의 처신에 대해 위로와 격려보다는 질책하고 힐난하며 비난하는 편이 훨씬 다수일 거라는 생각에 무게를 두고 싶다. 당선되었을 때의 초심을 다시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