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OB ‘화요산우회’, 1천 회 등반
한전 OB ‘화요산우회’, 1천 회 등반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3.04.07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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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와도 눈이 와도 오른다’ 캐치프레이즈
21년간 1250주 만남
76세부터 80세까지의 7인 퍼팩트 시니어 모임
한전 OB '화요산우회', 비슬산 등반 1천 회를 기록하였다. 사진 화요산우회 제공.
한전 OB '화요산우회', 비슬산 등반 1천 회를 기록하였다. 사진 화요산우회 제공.

한국전력에서 은퇴한 Old Boy 회원 7명으로 구성된 ‘화요산우회’가 등반 1천 회를 기록하였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오른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잠시 주춤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을 가질 수 없었다. 2022년 7월을 1천 회 등반 목표로 삼았으나 부득불 미루어지고 2023년 4월 4일에 화요산우회 1천 회 등반을 달성하였다.

‘화요산우회’는 이름이 말해주듯 화요일이면 산에 오르는 산사랑 동아리다. 그들에게 호적상 나이는 건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병원에 가서 신체 나이를 측정하면 10세 정도 감해진다니, 이 또한 산행하는 덕분이라는 76세부터 80세까지의 퍼팩트 시니어들의 모임이다.

현재 화요산우회의 산행은 21년간 이어지고 있으며 1250주 모임을 가졌다. 정월 초하루와 추석이 아니면 무조건 만남을 가진다. 기후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트레킹을 하였고, 장마철 폭우와 한겨울 폭설에는 도로를 따라 몇십 리를 걸었다.

좌로부터 은종일, 최창근(회장), 지성인, 신일균, 김하창, 박영담, 윤국희 회원. 사진 노정희 기자
좌로부터 은종일, 최창근(회장), 지성인, 신일균, 김하창, 박영담, 윤국희 회원. 사진 노정희 기자

일곱 명의 산우회원들은 직장에서부터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한국전력 전성기를 만든 역군들이었다. 한전 직원이라는 자존감으로 열심히 일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컴퓨터나 AI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아서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만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여관방을 얻어서 일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큰 조직에 몸담고 있다가 퇴직하니 소속감 상실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한순간에 뿌리가 뽑혀서 통째로 골짜기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화요산우회에 소속된 후부터는 허탈함이 사라지고, 같은 직장 동료를 만난다는 기다림으로 설레기까지 하였다.

그동안 국내 산뿐만 아니라 해외 산행도 감행했다. 일본 후지산, 미국 그랜드캐니언과 요세미티 등을 다녀왔다. 지난 999회 산행은 구미 금오산행, 이번 1천 회 산행은 비슬산을 등반했다. 4월 18일 1002회 산행은 베트남 다낭의 바니산으로 정했다.

사진 화요산우회 제공
구미 금오산 800차 산행. 사진 화요산우회 제공

화요산우회 창립 초대회장인 김하창 씨는 원래부터 산을 사랑했다. 퇴직 후 직장에 갈 일이 없으니 허전했다. IMF가 닥치자 사회마저 뒤숭숭해졌다. 먼저 퇴임한 김하창, 신일균, 윤국희 회원이 산행을 개시하였고, 2003년 3월에 지성인, 은종일 회원과 더불어 화요산우회를 정식 출범시켰다. 뒤이어서 박영담, 최창근 회원이 합류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화요일을 기다리며 사는 남자’라고 말하는 박영담(79. 구미) 씨는 1천 회 등반 기념 깜짝 선물을 마련하였다.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매주 거르지 않고 참석하는 것은 만남의 설렘과 등반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산우회가 꾸준히 운영되어 오는 것은 서로가 협조했기 때문이며, 초대회장부터 현 회장까지 헌신적 봉사 덕분이라는 신일균 씨의 겸손함이 향기롭다.

산행 순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부부가 따로 앉아있어서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는 윤국희 씨는 날개 없는 천사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 씀씀이 넓다. 산우회에 오면 즐겁고 외롭지 않다고 한다.

하모니카와 기타 연주, 4개 국어까지 능통한 지성인(80) 씨는 산우회 모임을 우선으로 꼽았다. 다른 볼일도 있다며 핑계 둘러대고 불참할 수도 있을 텐데, 회원의 교분이 두터워서 화요일을 기다린단다. 문화예술 쪽 정보 공유, 자녀 이야기, 근심 걱정을 나누는 사이이다 보니 노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고 삶의 활력까지 생겨 스스로 나오게 된다고.

문학예술 쪽에서 활동하는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인 은종일 씨는 다리에 힘이 좋아서 산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산행에 도전하지만 몇 해 안 가서 실패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단다. 화요산우회는 서로 이야기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주거니 받거니 산행 방담을 하다 보니 1천 회가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천천히 가려고 한다며 “인생 천천히!”라고 말했다.

최창근(76) 현 회장은 화요산우회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가족 모임까지 추진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직장생활 할 때 있었던 일화 한자락을 들려준다. 까치가 전신주에 집을 지어서 한전 직원이 철거하러 나갔다고 한다. 까치집을 부수는데 묵직한 연탄집게가 나왔다. 어떻게 묵직하고 기다란 연탄집게를 까치가 나를 수 있을까. 그것은 협동이었다. 까치 암수 두 마리가 연탄집게 양쪽 가장자리를 입에 물고 같이 나른 것이었다. 아마도 산우회 회원도 그러하지 않겠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산행 마치고 1천 회 기념 축하. 사진 노정희 기자
좌-박영담, 김하창, 지성인, 윤국희 회원. 사진 노정희 기자

이들은 일곱 개의 각기 다른 성을 가진 칠성(七姓) 사나이이며, 시니어를 선도하는 칠성(七聖)이다. 퇴직 후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단체장으로 봉사자로 임해 왔고, 현재도 활동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는 것은 친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화요산우회를 빛나게 하는 것은 서로서로 격려하고 배려해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깃발을 내세우지 않고, 옆 사람 어깨를 다독여주는 돈독한 정이 배경으로 깔려있었다.

최창근 회장은 건배사를 외쳤다. “소나무처럼 늘 푸르고 젊게 살고, 학처럼 건강하게 오래 장수 하십시오. 송무학수(松茂鶴壽)!”

사진 노정희 기자
좌-은종일, 최창근, 신일균 회원. 사진 노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