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免三窟)과 중몰마
교토삼굴(狡免三窟)과 중몰마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3.01.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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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중몰마’, 중요한 것은 몰빵을 하지 않는 마인드이다
교토삼굴. 우인 그림
교토삼굴. 우인 그림

 

전국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은 식객이 3천 명이나 되었는데, 고향인 설(薛) 땅에 대부업을 해서 식객들을 먹여 살렸다고 한다. 한 번은 식객 중의 풍환(馮驩)에게 고향에 가서 돈을 받아올 것을 지시했다. 설 땅에 가서 풍환은 사람들로부터 원금과 이자 일부를 받아서 맹상군에게 보내고 나머지 차용증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화가 난 맹상군이 풍환을 추궁하자 그는 주민들의 채무를 탕감해 주고 의(義)를 대신 받아왔다고 대답했다. 이후에 실각한 맹상군이 귀향해서 설 땅에서 환대를 받자 맹상군은 풍환을 존중하게 됐다. 풍환은 “꾀 많은 토끼는 굴 세 개를 파 두니(교토삼굴, 狡免三窟), 공을 위해 두 개의 굴을 더 준비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재물을 얻어서 위나라에 가서 왕에게 바치고 맹상군을 천거하니 이를 두려워한 제나라 왕이 맹상군을 다시 등용했다. 더욱이 풍환은 맹상군을 부추겨서 제나라의 종묘를 설 땅에 세우게 해서 왕의 신임을 받도록 했다.

식객 풍환이 마련해 준 세 개의 굴 덕분에 맹상군은 오랫동안 권좌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신년인사회에서 언급한 ‘교토삼굴’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서 플랜 B, 플랜 C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이 번지고 있으나, 정작 언론 대담에서 본인은 ‘새해에는 국민 개개인이 토끼처럼 지혜로운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덕담 수준으로 풀이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예금 이율이 인상되자 투자자들이 이율이 높은 금융기관으로 몰리는 오픈런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주역인 손흥민 선수가 강조한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는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초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뜻일 것이다.

서양 속담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이 있다.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절하게 여러 종류의 금융상품에 배분하는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예측 불허의 국제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비해서 ‘중몰마’, 중요한 것은 몰빵을 하지 않는 마인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