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2.12.13 10: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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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환자의 임종은 흔히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5단계를 거친다. 물론 이 과정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사람에 따라서는 거치지 않는 단계도 있다. .

​처음 진단 시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부정의 감정을 경험한다. 그다지 아픈 곳도 없는데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고, 게다가 매우 경과가 좋지 않다는 얘기까지 듣는다면 누구나 믿고 싶지 않게 된다.

이때는 보호자가 환자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자료를 환자와 함께 보면서 의료진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정의 단계를 지나면 분노와 우울의 감정이 찾아온다. 분노나 우울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분노의 단계에서는 특히 가족들을 많이 당황스럽게 한다 

괜히 배우자에게 짜증을 부리고, 신체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힘들어. 도움이 필요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과정의 하나로 이해하며 위로해주는 것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효과적이다.

우울한 감정은 충분히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환자는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무조건 "괜찮을 거다, 약한 마음 먹지마"라고 위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때는 '힘든 당신을 이해하고 곁에 있겠다'라는 말이 더 적절한 격려가 된다.

​호스피스란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의 고통이나 불안을 들어주는 일이다. '마지막병동'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온 보호자들은 크게 두 번 운다. 처음에는 환자를 입원 시킬 때, 다음은 임종실에 환자를 옮길 때다.

호스피스 의사인 김여환 박사(전 대구의료원 완화의료 센터장)는 임종실로 향하기 전,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임종 실 생활 안내문>을 건넨다. 죽을 때 나타나는 신체 변화에 대해 알아 두면 덜 당황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준비해온 글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습니다 그 순간이 이제 다가 왔습니다 이제 사랑하시는 분은 떠나실 준비를 합니다'

'수포음이라는 가래가 많은 호흡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몸과 얼굴에는 불수의 수축이 일어 나기도 합니다'

'소변이 나오지 않고 검은 눈동자가 점점 커집니다'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멈추면 모든 것이  끝이 납니다'

'이러한 임종단계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므로 보호자 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임종까지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름으로 초조해 마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이때 산소포화도나 모니터를 보는 것보다 환자의 손을 잡아 드리고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얼굴을 봐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가장 늦게 남아있는 감각이 청력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떠나는 분 앞에서 따뜻한 말씀을 남기셨으면 합니다'

"고마워요, 사랑합니다"를 크게 말하세요.

환자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다 심장이 멈출 것이라고 막연하게 상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떠나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을 생각하고, 남은 이들은 따스한 온기를 전하기 위해 메마른 환자의 손을 한번이라도 더 만져 주기를 바란다. 

​김 박사는 "이들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를 생각하고 살아갈 수록 점점 더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을 남긴다.

10년 째 호스피스 봉사를 해온 권종웅 씨(대구 달서구 월성동)는 "대체적으로 평소 깊은 신앙심을 가진 환자들이 안정된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드린다"며 종교 생활을 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