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문병채 기자
  • 승인 2022.0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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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새해 첫날, 따스한 시 한 편으로 마음을 녹이다.

<오늘의 시>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 봐, 겨울 한울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로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러간 뒤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오

타지 못하는 정열, 박쥐들의 등대

밤마다 날어가는 별들이 부러워 쳐다보며 밝히오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 봐

달빛에도 이렇게 부서지니

-김기림, <유리창> 전문 -

 

새해 아침, 미세먼지 없는 투명한 창을 내다본다. 아파트 빌딩과 빌딩사이 사각의 액자가 만들어지고 그 액자 사이로 하루의 풍경이 시작된다. 현대 물질우선시대를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곡선보다 사각의 직선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사각의 직선이야말로 우리의 시야를 그 틀 속에서만 충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하루 종일 유리창을 내다본다. 아니 유리창에 갇혀 산다. 유리의 광물적 이미지는 나와 다른 세상과의 벽이 되기도 하지만, 유리의 감성적 이미지는 감정의 소통 통로가 되기도 한다. “겨울 하늘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고,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로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가버리는” 유리는 딱딱하고 무쇠 같은 광물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어쩌면 내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며 사는 건 아닌가? 고층빌딩 사이로 사각의 링을 만들어 도시 사람들의 감옥을 만들어버린 강화유리. 그 유리는 내가 도무지 탈출하기 어려운 고정관념의 광물이 아닌가? 겨울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1월, 눈포래 부는 날 소리치고 울며 밤이 물러간 뒤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는 마음 같은 따스한 작은 유리창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