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손자녀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로 어려운 삶을 살게해서는 안돼
지난 4월7일 양대 도시 시장 보궐 선거에서 20, 30대 청년층은 예상 외로 여권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이에 자극을 받아서였는지 여권의 대선 주자 3인은 각자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여론조사에서 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현금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정세균 전 총리는 국가가 20년간 기금을 적립하여 스무 살이 되는 사회 초년병에게 거금 ‘1억 원이 예금된 미래씨앗통장’을 주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재명 지사는 고졸 청년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청년에게 ‘세계 여행 경비 1천만 원’의 지원책을 꺼내들었으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군 복무를 마치는 청년에게 전역 시 군 가산 점 대신 ‘3천만 원의 사회 출발 자금’을 마련해 주자는 지원책 을 제시하였다.
일찍이 20대 청년 마음 값이 이토록 비싸며 짧은 시간에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빅 3인이 벌이고 있는 포플리즘 경쟁이 마치 경매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각자의 지원책을 놓고 인터넷이나 ARS로 지지율 조사한다면 3인 중 누가 제시한 지원책에 가장 많은 청년들이 몰려들지 흥미진진하다.
여권의 빅 3인이 지원책을 제시하기 오래 전에 허경영 국민 배당금당 총재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금액을 국민 여러 계층이나 세대에게 크고 작은 규모로 지급하는 선심성 정책을 제시하여 몹시 황당하게 느껴졌다. 3인은 각자의 지원책을 허경영 총재의 정책에서 벤치마킹하여 국민에게 선보인 게 아닐까? 그렇다면 허 총재야말로 여권의 대선 주자가 삼고초려 해야 할 최고의 경제 브레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3인 각자의 지원책은 오육십 대에 비해 이성 능력이 부족하거나 불완전한 이삼십 대 청년에게는 솔깃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올바른 판단 능력을 가진 청년이라면 대선 주자의 인기영합주의에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살아온 평균적인 삶의 기간에 비해 2배도 더 살아온 필자에게 그 지원책은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고 형평성 측면에 비춰 볼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게 느껴진다. 한번 슬쩍 띄워놓고 청년 세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간을 보려는 행태로도 느껴진다.
돈을 지원하는 대상과 방법을 두고 꼼꼼히 살펴 볼 점이 많다. 대학에 진학하였다는 이유로 여행 경비를 지원 받지 못한 청년은 정책의 모순점을 제기하며 불평 불만할 수 있다. 질병이나 신체 결격사유로 입대 대상에서 제외된 청년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현 병역법상 사병으로 병역 의무를 할 수 없는 여성의 입장에서 이 지원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년간 기금을 적립하여 스무 살이 되는 청년에게 누구든 1억 원이라는 거금이 든 통장을 손에 쥐게 하는 데 너무 긴 기간이 소요된다. 20년 후 1억의 화폐가치가 첫 기금 적립 시의 가치를 얼마를 지니게 될 것인가? 정권이 바뀌어도 이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 흙수저 청년과 금수저 청년에게 똑 같이 1억 원 통장을 줄 수 있는가?
국민은 3인의 대선 주자가 제시한 지원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각자가 제시한 지원책을 둘러싸고 세대 간, 빈부 간, 계층 간 갈등하지는 않을 것인가? 국민 화합을 저해하는 측면은 없을 것인가?
20대 청년 인구수 중,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 제대하는 청년, 20년 후 만 20세가 되는 청년 개인에게 매해 지급하려면 천문학적 금액의 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영토 어디에 석유가 펑펑 솟아나는 유전이나 수백, 수천만 톤을 채굴할 수 있는 금광이라도 발견해 놓았단 말인가? 그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횡재를 바랄 수 없음에도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지원책을 제시한 여당 후보가 대권을 잡으면 그 돈은 국민의 피땀으로 조성된 국가 예산의 일부로 충당될 뿐이다. 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음을 구실로 용두사미 식으로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빅 3인은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제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오직 다른 대선 주자 보다 지지를 더 얻기 위해 유권자를 교묘하게 유혹, 어떤 명분과 방법으로 돈을 잘 뿌리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권의 대선 주자 빅 3는 이제부터라도 청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천문학적 혈세가 소요되든 소요되지 않든 표플리즘 정책을 거두기를 바란다. 국가를 경영할 최고 자리에 오르기를 원하는 이들이 합리성, 타당성, 형평성의 결여와 더불어 많은 흠이 들여다보이는 돈 뿌리는 정책으로 경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바람직한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을 내세워 떳떳하게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대선 주자 홀로 내든 싱크탱크를 활용하든 그런 정책을 낼 의지나 실천 능력이 없다면 후보가 되고자 하는 꿈을 접는 게 나을 것이다.
국가가 진 부채, 기업이 진 부채, 가계가 진 부채 등을 합한 국가 총 부채는 대체 얼마나 되는가? 경제 이론 지식이 매우 얕은 필자로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기 어렵지만 어림잡아 5천조 원, 아니 그 이상 될 수도 있다고 추정해본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천문학적 액수의 이윤을 일정 기간 창출하지 않는 한 부채는 해를 거듭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중 우리의 자녀, 손자녀는 떠안아야 할 부채와 초(超) 고령 사회의 노인 부양 등 이중고로 얼마나 힘든 삶을 살 것인가. 돈 뿌리는 정책으로 청년세대의 마음을 사고자 하는 포퓰리스트들에 주문하고 싶다. 당신들의 자녀나 손자녀에게 그들이 부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부를 물려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