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현의 문학산책] 삼(三) 을 예찬(禮讚)한다
[방종현의 문학산책] 삼(三) 을 예찬(禮讚)한다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1.03.29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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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삼에는 심오한 뜻이 들어있다.

 

삼의 예찬/방종현

삼(三)은 길한 숫자라 심오한 뜻이 들어있다.

천 지 인 삼재(天地人 三才)라는 말이 있다. 하늘, 땅, 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천지인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의 생애(生涯)도 전생, 금생, 후생 해서 삼생(三生)으로 구분했다. 인척(姻戚)을 구분할 때 남자는 친가, 외가가 있고 성년이 되어서 장가를 가면 처가(妻家) 쪽의 인척이 맺어져 삼족(三族)이 되고 여자는 친가 외가에 시집을 가서 시가(媤家)가 생겨 삼족(三族)으로 맺어진다. 나라의 중죄를 지으면 삼족(三族)에게 화를 미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다고 한다. 유교 도덕의 기본이 되는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부인과 남편의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삼강(三綱)이라 했다. 기독교에서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을 삼위일체(三位一體)로 본다. 불교에서는 대웅전에 본존불로 석가여래를 모시고 협시보살로 좌편에 문수보살 우측에 보현보살을 모셔 삼존불(三尊佛)이라 한다. 잡념을 떨치고 오직 하나의 대상에 몰입하는 걸 삼매경(三昧境)에 들었다고 한다.

일찍이 우리 신화에 삼신(三神)할미가 있었다. 아기를 점지해주고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도록 돌보아 주는 일이 삼신할미 몫으로 안다. 아기를 출산한 임산부에겐 삼칠일(三七日)이라 해서 세 번 이레 동안 스무하루는 쉬게 했다. 출산으로 근육이 이완되고 늘어난 뼈마디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최소한 21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습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습관이 되려면 최소한 보름은 지속하여야 하는데,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쳐 이행하기가 수월하지가 않다는 뜻이다. 쉬운 일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 해서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다 안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를 예부터 삼천리(三千里) 금수강산이라 하였다. 진주에서 한양까지 천 리요 한양에서 의주까지가 천 리고 의주에서 종성까지가 천 리를 이으니 삼천리가 된다.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세 사람에게 중책을 맡겼는데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두어 삼정승(三政丞)이라 부른다. 지금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삼부(三府)와 같다 하겠다. 삼권을 분립(三權分立) 시켜 상호 견제 및 보완을 하면서 나랏일을 경영한다. 죄를 짓더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세 번까지는 재판을 통해 심판을 받으라고 삼심제도(三審制度)를 택하고 있다. 승부를 내는 데도 단판에 끝내지 않고 세 번을 싸워 두 번을 이겨야 진정한 승리로 인정하는 삼 판 양승(三判兩勝) 제로 가린다.

모든 빛깔을 재현할 수 있는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를 삼원색(三原色)이라 한다. 세 개를 적절히 배합하면 어떤 색도 만들어 낸다. 사진을 찍을 때 셋을 센다. 하나에 준비 둘에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고 셋에 동작을 멈추고 찰깍 기록으로 남는다. 솥발이 세 개다. 네 개가 되면 어느 한쪽이 기울게 되어 세 개라야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삼국(三國)이 대립하고 있을 때 삼국 정립(三國鼎立)이라 하며 이때 솥 정(鼎)으로 쓴다. 송아지가 한배에서 세 마리가 나면 솥발이라고 한다. 삼국지에 후한의 유비가 제갈량의 초옥(草屋)에 세 번이나 찾아가 예를 갖추어서 청하자 그 정성에 감복해서 출사한 예를 삼고초려(三顧草廬)라 한다. 지금도 인재를 뽑을 때 써먹는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의식주(衣, 食, 住) 세 가지는 갖추어야 한다. 하루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을 먹는다. 제사를 모실 때도 술잔을 세 번 올리는 데 이를 헌작(獻酌)이라 하며 삼형제(三兄弟)를 둔 가정은 초헌(初獻)은 맏이가 하고 아헌(亞獻)은 둘째가 하고 종헌(終獻)은 막내가 잔(三盃)을 올릴 수 있어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 부러워했다. 장례를 치르고 삼 일 안에 다시 산소에 가서 예를 올리는 걸 삼우제(三虞祭)라 한다. 성자 예수께서도 33년을 사시고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여자가 지켜야 할 도리를 삼종지도(三從之道)라 하는데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 사후에는 아들에게 의지한다는 뜻이다. 여자가 시집와서 칠거지악에 의해서 쫓겨가야 할 일이 있어도 삼불거(三不去)라 해서 부모의 삼년상(三年喪)을 같이 치르거나 장가들 때 가난한 살림이 부자가 되었을 때는 물론 돌아가 의지할 때가 없을 때도 쫓아내지 않았다.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 하는데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하고,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즐거움을 중하게 여겼다. 논어(論語)에 삼인 행(三 人行)이면 필 유 아사(必有我師)란 말이 있다. 셋이서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삼십 삼천 극락세계(三十 三千 極樂世界)가 서방정토에 있다 한다. 제야의 종도 서른세 번을 친다. 종소리가 삼십 삼천 극락세계까지 울려가란 뜻도 있다. 동지섣달 정월의 모진 추위를 삼 동(三冬)이라 하고 한더위를 삼복(三伏)이라 한다. 추위가 모질수록 춘삼월(春三月)은 더욱더 반갑다. 참을 인(忍)이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 화난 일이 있어도 참고 참아 세 번을 참으면 용서가 된다는 뜻이다.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도 있다. 양수가 겹쳐진 삼짇날(3월 3일)을 길일로 친다. 의사봉도 3번을 두드려야 가결이 선포된다. 3.1 독립선언문에 33인이 등장하고, 결의대회도 만세 삼창(萬歲 三唱)으로 끝낸다.

신선(神仙)이 사는 山을 삼신산(三神 山)이라 하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삼(三)을 신성시했나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