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성탄 전야
경자년 성탄 전야
  • 이화진 기자
  • 승인 2020.12.29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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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사법부, 여당 독주하지 말고 야당과 협치.

법치는 끝내 살아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낮에 행정법원은 문 대통령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결정’을 뒤집어버렸다. 통쾌하게 여긴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경자년 크리스마스 전야는 여느 해의 크리스마스 전야보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였다. 대통령의 윤 총장에 대한 ‘정직 결정’을 법원이 뒤집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정상 해로를 이탈하여 운항하다 해적선을 만나 나포되거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험에 처한 대한호를 윤 총장과 그 휘하의 검사들로 하여금 정상 해로로 운항토록 하라는 법원의 주문일 것이다. 그 주문은 곧 상식을 가진 다수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자 수가 12월 16일 자정 기준, 처음으로 천명 대를 넘은 후 며칠 간 천명 안팎의 확진 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전국 어디서,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마시고 감염될지 모를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권과 여당이 자화자찬하며 세계를 상대로 천억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홍보하였던 K 방역의 현주소는 어디에 와 있는가?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한 확진자가 전국 100명 안팎에 머물렀던 지난여름 상태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2 ~ 3개월 이내에는 어렵게 되었다.

 정부 당국은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어 미 식약처의 승인이 난 화이자나 모더나 등 백신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였다. 권력욕에 너무 골몰해서였는지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미 접종한 백신의 안전성을 지켜본 후 확보하려고 했는지 어쨌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그러기에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국민들은 가슴 조이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 방역수칙을 아무리 잘 지킨다 해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코로나 지뢰밭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 불신에다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법원이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은 판결을 내린 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성탄절 선물이었다. 코로나로 지치고 우울해 있는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었지만 죄를 지은 그 누구(?)에게는 어둠에 갇힌 깜깜한 밤이었으며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불안에 휩싸여 잠 못 이루는 밤이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정의가 살아 있고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법조인들에게는 기념비적인 밤이었다. 선과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크리스트의 탄생과 더불어 용기 있는 윤 총장과 바른 판결을 내린 양심 있는 법관들에게 감사 기도를 드리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밤이었다.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법부의 바른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政體와 國體를 지켜낼 최후의 수단인 동시에 보루인 것이다. 정치권의 애완견이 된 판사가 최고 권력자의 입김에 맞는 판결을 한다면 법을 죽이는 행위다. 이는 곧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최후의 버팀목인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며 국민들이 기댈 언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정권의 부처 수장과 대다수 여당 의원들의 언행을 보면 그들에겐 이성, 상식, 양심, 윤리, 도덕, 진실 따위를 찾을 수 없었다. 가슴으로 느끼고 있는 덕목이 있는지 모르지만 좀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읍참마속 따위의 고사는 걷어 차버린 지 오래되었다.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행동은 반칙과 특권을 일삼아 왔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운동권 특유의 패거리 문화에 젖어 내편 의원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한없이 관대하며 철옹성을 쌓아 보호하고 있다. 이런 여당 독주와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야당은 국민들이 바라는 역할을 상실한 것 같다.

  현 정권이 집권하고부터 법치가 파괴되고 있음을 무수히 지켜보아왔다. 야당과의 협치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3/5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게 되자 법치 파괴는 극에 달했다.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법을 통과시켰다. 제헌 국회 이래 그처럼 심한 일방통행은 없었다. 여당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여당은 다수결의 원리로만 밀고 나갈 게 아니다. 국민들은 여당이 소수인 야당을 존중하며 그들과 협조하고 소통하기를 바라지만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고 불안할 뿐이다. 공수처 설치를 두고 양당 간에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더욱 그렇다.

 코로나 감염의 두려움으로 장기간 집에 머물고 있는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면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라 하더라도 자연 수명을 누린 후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모인 가운데 조문객의 조문을 받으며 떠났을 것이다. 확진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감염되지 않는 국민들일지라도 감염 우려로 근심하게 되고 확진자를 접촉한 사람은 음성 판정이 두 번 날 때까지 일정 기간 자가 격리되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코로나로 인해 마음고생이 큰데다 잘못된 정치로 국민의 걱정은 가중되었다. 수많은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안과 고통이 왜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국민 개인의 잘못도 있겠지만 그 잘못보다 정치권의 잘못된 국정 운영에서 기인한 점이 훨씬 더 클 것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대만, 베트남, 뉴질랜드, 태국 등 국가도 잘된 방역이라고 자화자찬하며 거액의 돈을 들여 홍보했을까? 그렇게 홍보할 돈으로 코로나 환자를 돌본 의사와 간호사에게 수당을 넉넉하게 지급하거나 진작 병상을 더 짓고 코로나로 애통하게 숨진 이들의 유족에게 장례비와 위로금을 낫게 지급하는 건 어떠하였을까? 정부 당국은 K 방역 홍보에 1,300 억 원이란 거액을 지출하였다고 하니 홍보에 지출한 금액에 상응하는 플러스 효과를 창출할지 의구심이 든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 민주공화국을 보호하려는 윤 총장 휘하의 검사들과 정의로운 법관들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들은 검찰과 사법부가 정권에 줄을 서서 충견이 되기를 결코 원치 않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국민적 힘이 실려야 한다. 대한호를 맡겨서 안 될 선장을 비롯한 기관사와 항해사의 잘못된 운항으로 침몰 직전에 놓인 대한 호를 건져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