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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로 사는 것이 나는 행복해
icon 이한청
icon 2020-04-21 14:42:52  |  icon 조회: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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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거의 돈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쫓아가도 도망가서 이제는 포기했다. 그러니 마음이 아주 편하다. 

어떤 대단한 분이 붕어나 가재 개구리가 용이 되려 하지 말라고 했단다. 붕어도 행복하고 개구리도 행복하다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뜻일 게다. 어쩌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럼 저는 용종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용종은커녕 쓰레기도 완전 썩은 쓰레기가 고상한 척 말만 쏟아냈다. 그 헛소리에 환장하는 무리들이 있는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힌다. 

요즘은 내가 흙수저 아니 그보다 못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흙수저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 위선 덩어리 금수저가 뭐 그리 좋다고 난리들인지? 내 주위에도 금수저 다이아몬 수저가 꽤 있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한 끼 식사에 몇십만 원을 냈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몇천 원짜리에도 신경이 쓰이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결혼도 안한 자녀에게 몇십억 부동산을 증여했다고 한다. 나는 언감생심 흉내낼 수도 없어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부모를 조금만 잘 만나서 태어났으면 누리고 살았을 텐데 하필 흙수저 부모를 만나서 너희들이 고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딸이 셋에 아들이 하나 4남매나 되니 무엇 하나 풍족하게 해주지 못해 늘 마음이 무겁긴 했다. 그래도 기대 외로 구김없이 잘 자라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혼수 하나 변변하게 해주지 못했다. 그런데 가정형편을 잘 알아선지 큰딸은 결혼 전에 신랑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단다. 너는 막내아들이지만 나는 장녀라서 우리 엄마 아빠 내가 책임져야 하니 그리 알라고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누가 딸과 사위에 기대살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나? 그러나 그 마음씀씀이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 부모마음 아닌가? 그런 부모가 뭐 자랑스럽다고 딸들은 나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날 거야. 나는 엄마 아빠가 너무 좋고 자랑스러워 라고 이야기해서 나를 울렸다. 

금수저는 가질 수 없는 고운 마음일 게다. 나도 어언 은퇴를 하고 보니 생활이 기가 막혔다. 좀 창피했지만 도둑질도 아닌데 하는 마음으로 노인 일자리를 신청했다. 한창 일할 때는 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몇백억 결재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그게 무슨 소용인가. 자존심이 상하려는 자신에게 지금 네 자존심 세우러 왔니 하고 나 자신을 죽였다. 

일하러 간다는 소리를 듣고 둘째딸이 아빠가 소일거리로 일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생활비 벌려고 나간다면 반대한다며 제 어미와 내게 아낀 비용을 자동이체 했다. 막내딸도 생활이 넉넉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부모에 보태려고 애를 쓴다. 이제 결혼하여 일 년도 안 된 막내아들도 같은 마음이다. 처음부터 흙수저 자녀였기에 이런 삶을 살고 있을 게다. 며칠 전 금수저 부모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 생일 선물을 사서 서랍장에 넣어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란다. 찾다 포기하고 며칠 후 아들네 집에 갔는데 아들 책상 위에 있어서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좋아서 그냥 가져 왔단다. 

수억 증여가 형제가 다르다고 서로 말도 안한단다. 흙수저가 금수저 되려 하지 말자. 흙수저가 느끼는 깊고 구수한 행복을 누가 알랴. 나는 흙수저인 것이 너무 감사하다.

2020-04-21 14: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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