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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갈아엎은 유채꽃의 수난
icon 우정렬
icon 2020-04-14 17:53:53  |  icon 조회: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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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의 기운이 대지에 물씬 풍기지만 올해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인해 각종 봄꽃축제가 취소되고 단지에 조성된 꽃들도

제대로 볼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더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은 폐쇄하거나 접근하기가 힘든다. 한창 유채꽃이 만발한 지난 주말에 모처럼 가족와 함께 바람도 쐬고 유채꽃도 볼겸 대저생태공원에

갔는데 바로 전날 트랙터로 다 갈아 엎은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봄의 상징이자 4월의 축복인 유채꽃들이 이 나라 전역에서 혹독한 시련과

불행을 겪고 있어 서글펐다. 코로나 19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불안을 이유로 엄청나게 샛노랗게 핀 유채밭이 갈아 엎혀진 것이다. 꼭 저렇게

하지 않고 다른 방도가 없었는지 못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4월이 되어도 아직은 가끔 꽃샘추위가 마지막 가는 겨울이 아쉬운지 시샘을 내긴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화창하고 따뜻해진  날씨 속에 

상춘객들이 꽃축제를 찾아 맘껏 야외에 나와 산책하며 감상하기에 분주했다. 봄에는 많은 꽃들이 봉오리와 꽃망울을 맺어 피어 나지만 역시

샛노란 유채꽃이 제격이어서 전국에서도 가장 넓은 23만여평의 면적에 유채밭 단지를 조성해 매년 4월 초중순이면 시내외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유채밭에 활짝 피어 오른 유채밭을 산책하면서 독특한 향기와 냄새,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곳곳에서 사진 찍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유채밭 주변에는 청춘남녀와 어린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와  겨우내 움츠렸던 생활에서 탈피해 봄을 만끽했었다.  

  서낙동강변에 위치해 강바람과 더불어 넓은 대지에 펼쳐지는 샛노란 유채밭 모습을 보노라면 더 독특한 운치를 자아내었다. 특히 예비 신혼

부부들이 야외로 나와 하얀 드레스를 걸치고 사진 촬영하는 광경도 눈에 띄기도 했었다. 또한 이색적인 한복이나  학창시절에 입었던 교복을

입고 유채꽃 밭을 거니는 것도 재미난 추억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 외 음악공연이 계속해서 열려 분위를 밝게 해 주고  특히  청소년들이

각종 체험행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어 나이에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을 직접 경험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움츠렸던 생명체가 돋아나고 풋풋한 꽃내음과 봄향기에 취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기에 알맞은 유채로 뒤덮어야할 시기에 모조리 갈아

버려 제대로 볼수도 없고 향내도 못 맡아 못내 아쉽고 꽃이 무슨 잘못이 있길래 저토록 무참히 기계에 잘려 나야만 하는지 억장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아무리 보잘것 없는 꽃이라도 모처럼 세상에 나와 축복을 받고 싶고 풋풋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었을터인

데 떠도는 질병을 이유로 싹뚝 잘라 버리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고 자신만의 안위만 추구하는 인간의 지나친 이기주의 탓이 아닐까 싶다.

  유채꽃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저절로 사라질 목숨인데 인위적으로 제거해 사람의 죄값을 대신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잔인

함도 드러난다. 어쨌든 올해의 유채밭 집단 희생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고 내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 아름답고 환한 유채밭 단지를 보고 싶다.

 

 

2020-04-14 1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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