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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나의 첫 집(장명희/대구시 달서구 성서서로)
icon seniormaeil
icon 2019-02-01 15:35:18  |  icon 조회: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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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뱃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바깥세상 나를 맞이하는 첫 집 어머니 마음처럼 정이 넘치고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겠지. 정말 생각그대로 환상적인 집이었다. 낙원이 따로 없었다. 토담사이로 늘 철철이 꽃이 피고 지는 꿈의 초원이었다. 무언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대화를 하고 세상을 향해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었다. 꿈도 사랑도 희망도 나도 몰래 한 아름 선물 받고 태어난 기분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내 몸과 마음을 안아주던 초가집의 정겨움은, 우리 가족의 2남3여의 마음을 가꾸고 꽃을 피게 한 하나의 정원이었다. 어쩌면 세상에 작고, 큰 일상사들을 부둥켜 안아주는 울타리였다. 문풍지를 침으로 발라 문구멍을 뚫어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온통 푸른 싱그러운 빛깔은 마음을 얹어줄 수 있는 쉼터였다. 그 숲길을 걸으면서 이름 모를 낯선 이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일찍부터 자연으로부터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이지만 늘 새로움과 향기로움으로 나에게 다가오곤 했다.

탱자나무 담장 사이로 짧은 다리로 이 가지 저 가지를 폴짝 뛰어다니면서 아침 단잠을 깨우는 참새 소리, 떨어지지 않는 눈을 부비면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작은 풀잎도 지나치지 않는 자연을 사랑하고 섭리에 따르는 이제는 도시의 처녀가 되어 버렸다. 단 칸 방에서 일곱 식구가 따뜻한 사랑의 체온으로 부비면서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질 수 있었다. 첫 집은 사랑, 행복, 우애로 삶은, 늘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는 make라는 멋진 단어를 알게 되었다.

가을이면 초가집 위에 대광주리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리는 풍경은 고추밭을 옮겨놓은 진풍경이었다. 마음은 조금씩 붉은 빛깔처럼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며 너무 커져가고 있었다. 늦가을 해가 저물도록 소풀을 먹이고 돌아오면, 산등성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가을 햇살에 비친 초가집 위로 올라가는 조롱박. 달빛이라도 내리는 밤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초가지붕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온통 내 마음을 풍성한 인생의 열매로 사람들을 배려하고 맑고 박처럼 깨끗한 성품을 배웠다. 이러한 성품은 사람을 끄는 마법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에 그려두고 있는 아름다운 그림 한 장 간직하면서, 언제나 힘이 들 때면 그 풍경을 꺼내보며 위로하는 청량제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눈감아도 어디서 밀물처럼 밀려오는지 정겨운 초가집의 풍경, 세상의 온갖 시련도 이겨내는 바람막이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둥글게 둥근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도, 초가집에서 얻은 아름다운 성품이 아닐까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자연에 거슬리지 않고 순리대로 사는 비법을 가르쳐준 나의 첫 집, 언덕위의 작은 초가집, 두메산골의 작은 소녀도 어느 덧 자라면서 그 풍경에 젖어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박애정신의 미덕을 배우게 되었다.
2019-02-01 15: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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