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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무엇으로 사는가?
icon 이용근 기자
icon 2019-04-05 09:33:41  |  icon 조회: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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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무엇으로 사는가?

2000년 초, 제목이 참 맛깔스러웠던 "결혼은 미친 짓이다(원작 이만교)" 라는 영화 혹시 기억하시나요? 감독(유하)은 연애지상주의자(감우성) 와 연애따로 결혼따로인 현실주의자 (엄정화)를 통해 결혼제도, 그로인해 생겨난 부부의 도덕성에 대해 일갈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구에서 이주노동자'의 삶, 반년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왜 이 영화가 생각났을까요? 생뚱맞게도 말입니다. 영화관을 나온 이후 단 한번도 내용은 물론 제목까지도 잊고 있었는데 마치 방금 본 것 처럼 배우들의 호흡까지도 생생합니다. 어쩌면 이들 두 주인공의 만남이 당분간 지속될 우리 부부의 모습으로 오버랩 되고 있겠다 싶습니다.

주말부부!
해 보신 분들도 적지 않으시죠.
3대 덕을 쌓으신 분들 많으시니까요.
가족들과 떨어진 주말부부의 일상은
그 동안 잊고 아니,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과의 연속된 만남이었습니다.

"부부"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쩌다가, 왜 우리가 만났는지도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지난 30여년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30년을 설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참 웃습지요. 사랑이라 믿었던 부부의 신뢰는 치약 짜는 방법, 양말 벗는 습관 등 정말 사소한 것에서 부터 마치 무늬와 길이가 다른 젓가락이 만난것 처럼 불편했고 그로 인해 생겨 난 마음의 상처는 아무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번져 나갔지요. 당연히 달랐을 서로의 생활방식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활방식으로 닮기만을 바랬던 거지요. 닮아 가(주)지를 못하고 ..... 그렇게 한동안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명제가 정(正)이기도 했었지요.

근데 바뀌더군요. 아마 거짓말을 잘 할때부터 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마치 진실인냥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참말처럼 바꾸려고 노력할 때부터 였을 겁니다. 아내도 바뀌더라구요. 아니 아내는,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혼, 아내는 50여만원 월급에도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영덕에서 대구로 가자는 말에 아내는 서울로 가자했고 공무원 접고 대기업 입사 준비하겠다는 고집을 유학 공부로, 부업을 하겠다는 욕심에는 공무원은 그러면 안된다고 한칼에 정리 했습니다.
우린 한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고
같은 꿈을 먹고,
같이 아파하고 있었더랬지요.
그 이름은 부부였습니다.

청혼의 약속, "한 고을의 장(長)이 되겠소. 빈처가 되어 주시오"라는 약속은 작지만 현실이 되었고
10년째의 약속, "장인, 장모님을 부모님 처럼"은 구순이 넘은 장모님께 아직 체면치레도 못하고 있고,
20년째의 약속, "철마다 여행길",  요것은 어느정도 실천적 노력이 뒷받침 되고
내일 모레면 결혼 32년, 또 무슨 거짓말로 앞으로의 10년을 우려 먹을까 고민중입니다.

부부, 무엇으로 사는가?
정, 사랑, 자식, 돈 ,,,,,, 뭐 미련.....
네. 그렇습니다.
이것들이 녹아져 있는 "하얀 거짓말"에 서로 속고 속아주며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세월, 아내는 아내보다 여자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갱년기가 찾아 온 오늘날도 우린 늘 발칙한 상상을 합니다. 우린 언제나 신혼부부임을요. 마치 신혼 3일째를 맞은 철없는 부부처럼요.

여러분들의 "청혼의 약속"(받았거나, 했었거나)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공약은 잘 실현되고 있는지요?

제가 한 "빈처가 되어주오" 라는 허접했던 약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전 빈손입니다만 잡은 손 시리지 않게 호호불며 함께 가고 있습니다.

금년 봄은,
"부부의 정" 한겹 더 두꺼워지는 날들이기를 소망합니다.

2019-04-05 09: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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