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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安東을 자랑한다.
icon 김교환 기자
icon 2019-03-14 20:54:27  |  icon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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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에서 학교를 마쳤고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42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동기들 중에서도 몇 사람 안 되는 고향 지킴이 중 한 사람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가 쉽지 않은 교직 생활이었지만 고집스럽게도 한 평생을 내 고장에서 버티어 온 지라 남다른 정으로 내 고향 안동을 사랑한다.

이웃 군 교육청에 근무 할 때의 일이다.

손님이 올 때마다 자랑하던 내 직속상관의 고향 자랑으로「○○팔경」을 들으면서 나도 도서관에 가서 기어코 「안동8경」을 찾아 목에 힘주어 자랑하던 일이 생각난다.

안동8景

仙漁臺下 銀魚肥 선어대에는 은어 떼 살찌고

歸來亭上 白雲遊 귀래정에 휜 구름 노닌다.

西岳寺樓 前日樂 서악사 누각에 전일의 즐거움이 남고

臨淸閣樓 古詩愁 임청각의 옛 시는 시름겹다.

鶴駕山影 照三郡 학가산 그림자는 셋 고을을 비추고

燕尾院名 傳萬秋 연미원 이름 만년을 전 하네

西厓祠前 松竹錄 서애 사당에 송죽은 푸르고

退溪門下 洛江流 퇴계 문도는 낙강처럼 흐른다.

우리 안동은 자칭 타칭 양반 고을로 처음 만나는 사람이면 먼저 관향을 어디로 쓰느냐? 이어서 당신 이름이 뭐냐를 묻기에 앞서

“ 뉘집 자손이냐 ?” 가 먼저인가 하면 “봉제사 접빈객”의 특유한 안동인 정신이 담긴 유교적 관습이 뼛속 깊이 새겨진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도 안동 색싯감, 안동 사윗감이 그래도 인기가 있단다.

이는 도덕이 무너져 정신적 혼돈에 빠진 혼란한 21세기 지구촌의 현실이라지만 조선후기 300여년을 통해 권력의 외각지대에서 성현, 열사, 열부가 많이 나고 근세에 와서도 애국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해낸 지조 높은 선비정신의 올곧은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우리 안동사람들은 남달리 끈끈한 정과 공동체의식 또한 강하다.

지금도 상가에 조문을 가면 으레 5천원 권 한 장의 노자 돈에 담배 한 갑, 그리고 식권 한 장 든 봉투를 잊지 않고 있으며 결혼식장에서도 뷔페식당에서 융숭한 식사 대접이 아니면 간 고등어 한 통의 선물이라도 꼭 손에 쥐여 주어서 예를 갖추는 모습이 바로 우리 안동인의 풋풋한 인정이다.

또한 내 고장 안동은 수많은 유·무형 문화재의 보고이다.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대표적 전통마을인 하회마을의 하회탈과 탈춤을 비롯하여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등이 잘 보존되고 있는가 하면 2008년부터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지정된 국제 탈춤 페스티벌 행사가 명실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된 세계적인 정신문화의 수도로 진면목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시골집 대들보에 까맣게 그을린 채 매달린 성주의 본향 또한 우리 안동 땅 제비원이다.

유형 문화재 역시 대단하다.

태사묘, 제비원 미륵불, 법흥사지 7층 전탑, 이곳저곳에 흩어진 수많은 보물급 탑들과 고분, 목조 건물로 봉정사 극락전, 도산서원, 병산서원, 호계서원등 서원,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각 문중 종택 중심의 고택 등 어디를 가나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문화재들이다.

그런데 이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21C 정보화 사회로의 길목에 서서 침체되고 낙후된 내 고장 안동을 보며 양반만 찾는 어설프고도 시대에 맞지 않는 고집이 우리 안동 인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싫다.

일찍이 상상도 못했던 안동댐, 임하댐으로 고향을 잃어버린 수많은 이웃들, 국가 발전을 위한다는 그 한마디에 붉은 머리띠 한번 매어 보지 못한 채 대대손손 살아오던 고향집을 물속에 두고 타향 객지를 떠돌며 망향의 서러움을 달래고 있지 않은가 ?

그나마 굴뚝 높은 공장 하나 못 세우는 수자원 보존의 제약된 서러움을 참아야 하는 제비원 미륵불만큼이나 크고 넓은 가슴이 우리 안동사람에겐 필요하다.

그래도 이젠 다행스럽게도 우리 안동이 경북의 새로운 행정 중심 도시로 도청소재지가 되었는가하면 중앙선의 전철화로 이제 곧 서울까지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대가 온단다.

또한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낙동강 개발 사업과 함께 바이오산업, 관광자원 개발 등 새로운 꿈과 희망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나 또한 정신문화의 본 고장인 안동 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자연과 문화가 함께 하는 깨끗한 안동, 예의 바른 안동, 인심 좋은 안동, 살기 좋은 안동 만들기를 위해 뭔가 보탬이 되는 안동인이고 싶다.

2019-03-14 20: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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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한 2019-04-17 19:56:07
안동사랑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