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 날 박쥐 소동
icon 유무근
icon 2019-08-12 23:40:45  |  icon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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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대야에 잠 못 이뤄 뒤척이는 밤이었다.

푸닥거리는 소리에 실눈을 뜨니, 모기장 벽에 검은 물체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잠결이지만 살그머니 다가가 일격에 손바닥 공격을 하여 제압했다.

불을 켜보니 박쥐였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박쥐였다.

애처롭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조심스레 두 손에 담아 상추밭 감나무 아래 내려놓고 상추 잎 두개 따서 이슬이라도 맞지 않게 덮어주었다.

(미안하다. 부디 살아나거라.)

기도가 절로 나왔다.

이른 아침, 하도 궁금하여 뛰쳐나가 보니 박쥐가 없어졌다.

(죽었을까? 살았을까? 고양이가 물어갔을까?)

온종일 맘이 편치 않았다. 그날 밤 그 시각 쯤, ‘푸다닥’ 요란한 소리에 불을 켰다,

(앗!)

이번엔 박쥐 세 마리가 모기장 벽과 천정 사이를 빙빙 돌고 있었다.

금세 형광등 위에 모두 앉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젯밤, 그 어린 박쥐가 형제와 커다란 어미박쥐를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순간 두려웠다.

“엄마, 바로 저 놈이야! 나를 죽이려고 때린 놈이~! 복수해줘! 죽여 버려~!”

한편으로 좋은 쪽으로 들리는듯했다.

“엄마, 바로 저 분이야! 죽을 것 같은 나를 나무그늘아래 상추 잎으로 이슬을 가려 생기를 찾게 해준 분, 나를 살리신 이가 저분이야!”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어졌다.

“엄마! 형아와 같이 호박씨 물어다 드리자, 응~”

흥부, 제비, 호박씨 등을 공상하며 희비의 밤을 지새웠다.

이튿날, 일 년 동안 입질도 안하던 뒷 터 땅에 매수희망자가 나타났다.

‘시니어매일’ 기자단 사진 콘테스트에 응모한 작품이 뜻밖에도 최우수상이 나에게 안겨졌다는 낭보를 받았다. 실로 가문의 영광이 아닌가.

이는 지난 칠석 날 밤에 벌어진 박쥐가 안겨준 큰 선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2019-08-12 23: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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