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글마당

시니어 글마당 시니어매일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신문입니다. 참여하신 독자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시] 개천용 (이화진)
icon seniormaeil
icon 2019-02-12 01:13:46  |  icon 조회: 298
첨부파일 : -
개천용


팔구 남매라도 제 먹을 복은 타고난다고 했다
초등 공부 겨우 마친 아이는 먹는 입 던 다며
공장뺑이나 점원으로 살라며 대도시로 쫓았다
괭이질 이력나고 짐 잘 지는 놈은 논밭에 가뒀다

글 줄 보는 자식이라면 볏섬 돈 사고 한우 팔아
법과대학 넣어 못 배운 한 풀겠다던 이웃 아배
등골 휘든 말든 똘똘이 긴긴 날 가방 들게 하면
등용문 올라 끗발 부리는 자리에 앉으리라 여겼다

부잣집 머슴처럼 일하던 당신은 아들에겐 큰 밑천
양 손 가락 마디 마디 터지고 지문은 닲아 울고
까막눈 서러운 님 생각 가슴에 품어 이를 악물더니
시골 면내 곳곳마다 이름 석 자 크게 휘날렸다

꼿꼿 군수, 면장은 잔치 집에서 목이 굽어졌다
파란 볼 고운 자식을 ‘ 영감’이라 부르던 부모는
마담뚜 주선에 금 쪽을 보내자 기쁜 날도 사라졌다
집안의 피붙이는 목에 기브스를 하고 다녔다.

먼 시절 가난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했던 이야기
바닥만을 헤매던 이들에게 높이 오르려던 꿈의 다리
이제는 다리가 비싸 ‘억’ 소리 지르는 이들만의 것
빈 주머니 가진 아배 자식 그 어느 날 달동네를 밝히랴
2019-02-12 01:13:46
180.71.234.14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상현 2019-02-12 21:39:14
잘봤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