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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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석양(김용기)
icon seniormaeil
icon 2019-02-01 16:07:11  |  icon 조회: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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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여 년 간 공직에서 봉직을 하고 정년퇴직을 해서 남은여생 멋진 삶의 여운을 향기롭게 마침표를 그리고파 초등학교 도우미로 벌써 8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이곳의 초등학교는 비슬산 천왕봉 아래 송해 공원을 가슴에 품고 고즈넉한 시골의 전원 학교다. 아침 등굣길마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고학년들은 앞장 서 가고 저학년들은 옹기종기 모여 형과 언니들 따라 정문으로 들어선다. 올 겨울 간밤에 진눈깨비가 내려 운동장 잔디밭엔 소금을 뿌려놓은 듯 소복소복 하얀 눈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
저학년 학생들이 먼저 입을 연다.
“모두가 하얀 밀가루였으면 좋겠다. 만두도 만들고 피자도 구워서 먹을 수 있잖아.”
고학년 학생들은 한 수를 더 떠서 말을 이어간다.
“이 바보들아, 비가 오고 눈이 와서 그렇지 만약에 눈이 오고 비가 왔으면 다 녹아 없어졌을걸.”
벌써 1교시 수업이 끝나고 몇 몇 학생들은 운동장 자투리 구석에 소복이 쌓여있는 진눈깨비 눈뭉치를 만들어 호호 입김으로 추위를 달래며 서로서로 한바탕 눈싸움이 벌어진다. 운동장 싸움터는 온통 웃음바다로 변해간다. 운동장 앞 백여 년 된 은행나무 한그루가 이 학교의 터주 대감 노릇을 하면서 우뚝 서 있다. 나무 위에는 둥지를 턴 까마귀 한 쌍이 까악까악 학생들과 벗이 되어 준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가 보다. 벌써 하교 시간이 되어 운동장으로 나올 때 옥연지 하늘엔 쌍무지개가 피어 웃고 있다.
저학년 학생들이 한 마디씩 속삭인다.
“우리 학교에서 피어난 쌍무지개인데 왜 옥연지 못 위에 떠있나? 아니야. 비슬산 천왕봉에서 내려와 옥연지 못에서 놀고 있는 물오리 떼를 만나러 온 것이야.”
진눈깨비가 그친 뒤 쌍무지개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어린 동심의 세계를 사로잡고도 남았다. 자연은 아무 대가도 없이 우리들에게 베푸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들은 남은 삶 속에서 무엇이 되고 싶어 할까? 유대인들은 멘쉬가 되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존경받을 만한 덕과 인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늘어감에 따라 건강과 행복을 찾고 있다. 행복을 찾고 싶다면 이성을 잘 활용하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나는 이제 칠순이 넘어가니 이 대자연 속에서 푸른 산이 되고플 때가 종종 있다. 영원히 푸르름을 자랑하며 이 대지의 주인공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이 대자연의 풍요 속에서 야망을 꿈꾸는 산촌의 대구반송초등학교는 신이 내려준 아름다운 그 자체의 전원 학교이다. 나는 이곳에서 서산의 태양이 오기 전에 내 인생을 열심히 갈고 닦아 나 자신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채우고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아이들은 자연의 풍요로움 속에서 여유와 겸손과 나눔을 배워간다.
우리는 다 길 떠날 나그네이다. 미움이나 원망 욕심의 훈장을 달고 갈 이유가 없다. 들이나 산길을 거닐다 앉은뱅이 꽃과 대화를 나누면 자연이 주는 철학을 만끽할 수 있다. 평생 열심히 살아왔고 죽을 땐 아름다운 봉사의 적금으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정도는 가졌다고 믿고 있다. 아이들은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주었고 나는 아이들에게 감동의 글을 선물한다. 서산에 타 들어가는 석양의 노을을 밧줄로 묶을 수만 있다면 멋진 삶으로 마무리 하고 싶은 여운의 욕심도 후회로 남아있다. 이제는 밝은 모습으로 자연의 호연지기 속에서 내일 죽는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사는 것처럼 일하고 싶다. 저 황혼의 끝자락 석양이 오기 전에 신에게 감사하면서......
2019-02-01 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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