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통행과 우측통행

한낮 온도가 연일 30℃ 이상 지속됨에 따라 차도와 보도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보행자들은 이리저리 그늘로 옮겨 다니고, 노소를 막론하고 스마트 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지만 더운 날씨에 사소한 접촉이라도 생기면 금방 언쟁이나 시비가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보행자들 사이에 어깨를 조금 부딪친 것이 원인이 되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1.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도로에서 통행의 방향은 말과 마차 등 탈 것을 이용하면서 지정되었을 것이다. 말에 오르거나 마차를 탈 때 왼쪽에서 타서 도로의 왼편으로 통행하고 오른손으로 채찍을 쓰면, 행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병사들도 왼쪽에 칼을 차고 좌측통행을 하면 마주 오는 적에게 칼을 뽑아 대항하기가 편리하다. 14세기 경,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모든 순례자들이 좌측통행을 하도록 칙령을 내렸다. 프랑스에서는 귀족들은 좌측통행을 하고 평민들은 우측통행을 하였는데, 대혁명 때 귀족들이 평민으로 위장하여 우측통행을 하였다. 또한 미국 대륙에서부터 마차가 대형화되면서 이에 편리한 우측통행의 법제화가 시작되었다.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오른손잡이에게 편리하도록 핸들이 왼쪽에, 변속기가 오른쪽에 부착되면서 우측통행이 미국과 유럽 대륙에서 보편화되었다. 자동차의 개발에 뒤진 영국은 좌측통행을 고수하였고, 인도, 파키스탄,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연방국가에서 이를 따르게 되었다. 개화기에 영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일본에서도 아직 좌측통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래부터 우측통행을 하다가 일제강점기 때에 좌측통행으로 바뀌어서 사람은 좌측통행, 차량은 우측통행을 고수하여 왔다. 역사적으로 조선조의 종묘 제례도 우측통행이며, 왕실과 국가의 행사를 그림으로 정리한 의궤에서도 우측통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제 치하인 1921년에 조선총독부령 제 142호에서 사람과 자동차 모두 좌측통행을 하도록 하였다. 해방이 되면서 차량은 우측통행을 하고, 보행자는 좌측통행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2.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행자의 통행에 관해서 경찰청에서 우측통행 캠페인을 하다가, 보행자의 편의를 위하여 2009년에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이듬해부터 자동차와 보행자 모두 우측으로 통행하도록 하였다. 오른손에 짐을 든 보행자들이 우측통행을 하면서 왕래하면 짐들이 보행자의 바깥쪽에 있어서 충돌할 우려가 적다. 또한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가 우측통행을 하면 좌측 전방에서 오는 차량과 멀리 떨어져 있게 되어 안전하다. 그리고 건물이나 빌딩의 회전문의 방향과도 일치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길에서 사람들이 반드시 우측통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언제나 보도로 통행’ 하여야 하며, ’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차마와 마주보는 방향의 길가장자리 또는 길가장자리구역으로 통행‘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보행자가 우측통행을 하면 차량과 같은 방향이 되어서 뒤에서 오는 차량을 보지 못하게 되므로, 마주 오는 차량과 같은 방향인 좌측으로 통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도에서도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하지만,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 등, 도로의 여건에 밎추어서 보행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통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는 자전거 이외에도 전동 휠, 스쿠터, 킥보드 같은 전동식개인용이동수단들이 날로 증가하면서 보행자들의 안전을 잠식하여 오고 있다. 새가 좌, 우 한쪽 날개로만 날아갈 수 없듯이, 보행자도 우측통행을 주로 하되, 좌측통행도 같이하여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여름 보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양보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