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파크골프장에서 실험한 '파크골프장 예약제' ... 대구 전역 확대 갈림길

“홀짝제 해방되고 안 밀려서 좋아요” “전면 시행 시 클럽활동 어떡하나요”

2023-02-27     류영길 기자

 

예약제로

“진짜 공 치는 맛 나네요.” “안 밀리니 속이 다 후련해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 불로파크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시내 어느 구장에 가도 공 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 짜증이 났는데 오랜만에 푸근한 마음으로 파크골프를 즐기게 되었고 시간이 다소 짧기는 하였지만 54홀을 돌 수 있어서 운동량은 충분했다는 것이 이들의 소감이다.

무엇보다도 홀짝제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도 같이 못 갔던 파크골프장을 이제는 예약만 하면 함께 갈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한다. 동호인들은 예약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방방곡곡 파크골프투어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라운드 환경이 좋다 보니 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황금시간대(오후 1시~3시 반)의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다. 미처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존예약자가 예약을 취소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재빠르게 차지하여야 한다. 그래도 예약을 따내는 쾌감이 괜찮더라고 한 동호인이 귀띔했다.

대구시가 파크골프장 예약제를 연초에 도입, 불로파크골프장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지 두 달이 되었다. 대구에서는 처음 실시하는 파크골프장 예약제는 그런대로 성공적이란 자체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구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용자들 중 약 70%가 현행 예약제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떼를 쓰며 스티커를 한 장만 줄 수 없냐고 매달리는 몇몇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말썽부리는 사람도 없고 다들 질서 있게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리요원의 진술이다.

그렇다고 예약제를 누구나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수성구협회에 회원으로 클럽활동을 해오고 있는 동호인 A씨(67)는 “수성·팔현구장마저 예약제로 전환되면 월례회는 어디서 해야 하나? 그동안 클럽활동이 재미있었는데 이제 회원들이 같은 날 예약하지 못하면 클럽활동도 힘들게 생겼네”라고 걱정하며 “구·군협회 회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구장은 예약제에서 제외하여 기존방식대로 운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회원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대구시파크골프협회는 파크골프 예약시스템 대구시 전역 확대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협회는 지난 23일 대구시와의 간담회에서 80%에 달하는 동호인들이 예약제 확대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예약제는 클럽 활동을 저해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구시는 ‘동호인들 중에는 클럽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으므로 행정으로 인한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구에서

동호인 B씨(72, 대구시 달서구)는 “예약제가 시내 전역으로 확대되면 클럽회원들도 다양한 구장에서 대기시간 없이 공을 칠 수 있는 잇점이 있는데 월례회 때문에 예약제를 반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고,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에 월례회를 하든지 앞으로 사설 파크골프장도 많이 생길 텐데 클럽 활동 장소로 굳이 공공 파크골프장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파크골프를 9년째 치고 있다는 또다른 동호인 C씨(77, 대구시 북구)는 “홀짝제고 예약제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자유로이 치도록 놔두면 되지. 밀리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고 자연적으로 조절이 될텐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나. 그럴 시간에 구장이나 손보고 사고 나지 않도록 조치하고 그린에 잔디가 죽지 않도록 홀컵이나 한번씩 옯겨주면 좋겠는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파크골프가 매너운동인 만큼 운영방식이 어떻게 정해지든지간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 동호인들의 마음이다.

불로파크골프장은 아침 7시부터 일몰까지 2시간 반 간격으로 하루 4차례 이용시간대(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는 점심시간 휴장)를 정해 예약을 받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1주일간의 예약창을 열어준다. 이용하려면 먼저 '파크골프예약시스템(dgpg.daegu.go.kr)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해야 하며, 예약할 때는 한 사람이 대표로 여러 명을 예약할 수 없고 각자가 본인 것만 예약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장이며 3월 14일부터는 잔디생육을 위해 약 2개월간의 휴장에 들어간다.​

한편 대구시는 파크골프장에 대한 예약제와 함께 유료화를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파크골프장 이용자가 대부분 노년층으로 노인복지 차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유료제 검토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