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아름다운 대구 불로동 고분군

1500여 년 시간을 거닐고 노을과 마주하다

2023-01-04     박미정 기자
고분군

 

대구에서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원한다면 불로동 고분군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여행지다. 5세기경 신라시대에 조성된 무덤이 200여 개나 모여 있다. 크고 작은 고분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한적하고 평화롭다. 

고분군

 

불로동 고분군의 하이라이트는 저녁노을이다. 옛 무덤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봉긋한 고분 사잇길을 걷다 보면 마음도 둥글둥글 여유롭다. 부드럽고 완만한 산책로에 아이들과 손잡고 느릿느릿 걷는 나들이객들이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고분군

 

불로동 고분군에는 지름 21~28m, 높이 4~7m에 이르는 봉분들이 능선을 따라 가득하다. 고분에서는 금귀고리, 유리구슬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비롯해 화살촉과 도끼가 발견되었다. 무덤 주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출토된 유물로 보아 4~5세기경 이 일대에 살던 부족의 지배 세력 무덤으로 추정된다. 

봉분사이로

 

'불로동'이라는 이름은 왕건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공산전투에서 패배 도주하던 고려 태조 왕건이 이 마을에 이르렀는데, 어른들은 모두 죽고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는 이름이다. 

고분군에서

 

고분군 풍경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늦은 오후가 장관이다. 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봉분들은 한층 부드럽고 따뜻해 보인다. 낮과 밤이 공존하고 옛 시간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지는 고분군의 광활한 풍광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