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매미 소리는 노래일까! 울음일까?

말매미가 유충일 때 6년 동안 땅 속에서 지내다, 세상에 나올 때는 해가 진 뒤 땅 위로 올라와 허물 벗어

2022-08-07     여관구 기자

요즘 생활 주변에는 조경 사업이 잘 되어있다. 아파트 내, 주택가는 물론 도시공원 등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날씨가 무덥고 열대야가 심하다 보니 이들은 부채 하나를 들고 더위를 쫓느라 나무 그늘를 찾는다. 이에 매미들은 위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조용할 사이도 없이 한 마리가 노래를 부르면 주위의 매미들도 합창을 한다. 정확한 표현은 떼창을 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참매미, 말매미 등 매미들의 계절이다. 그러나 매미들은 어둠만 알고 밝음은 모른다. 저녁 가로등이 밝은 것이 한낮인 줄 알고 노래를 불러대니 이것은 인간의 저녁휴식기에 시끄러워 잠도 이루지 못하는 낮과는 달리 공해가된다. 그 옛날의 가로등이 없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다.

말매미는 몸길이 약 45mm, 날개길이 약 65mm이다. 한국에 서식하는 매미 중 가장 큰 종이다. 성충은 몸의 윗면이 검은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새로 나온 개체는 금빛 가루로 덮여 있다. 아랫면도 검은색이다. 겹눈을 포함한 머리 부분이 넓어 배의 넓이와 같다.

다리와 배에는 오렌지색 무늬가 있으며 황금색의 잔털이 있다. 가운데가슴등판에 X자 모양으로 넓게 솟아오른 부분은 짙은 갈색이다. 날개는 투명하며 양쪽 끝에 작은 갈색 무늬가 있다. 앞다리 넓적다리마디의 가시처럼 생긴 돌기는 사람 손에 잡혔을 때 손을 찌르기도 한다. 플라타너스나 버드나무 등이 있는 낮은 지대의 벌판에 서식한다. 6월 말 이후 여름에 가장 많고 9∼10월에도 조금 남아 있다. 가로수에서 무리를 지어 울며 밤에도 불빛이 있으면 합창을 한다.

알의 길이는 약 2mm이며 가늘고 긴 타원형으로 흰색이었다가 점차 황백색으로 변한다. 유충은 처음에는 유백색이나 점차 연한 갈색으로 변하며, 배쪽으로 약간 구부러져 있다. 유충일 때는 6년 동안 땅 속에서 지내다가 해가 진 뒤에 땅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외의 정확한 생태는 밝혀져 있지 않다.

▶해충인가 익충인가

수목의 가지에 기생해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성충이 2∼3년 된 나뭇가지에 알을 낳으면 그 가지는 말라죽는다. 또 수액을 빨아먹음으로써 피해를 주는데 먹고 난 구멍으로 수액이 흘러나와 그을음병균이 번식해 나무가 약해진다. 성충의 활동범위가 넓어서 방제가 어려우나 산란한 가지를 잘라버리고 강력한 유기인제살충제를 뿌리면 방제할 수 있다. 한국 전역에서 볼 수 있으나, 특히 대구·충주 등 일부 지방에서는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중국에도 분포한다.

▶소음공해 수준의 말매미의 울음소리

꽃매미 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부터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났으며 아예 일반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까지 준다. 주로 주는 피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는 것이다. 다른 종류의 한국 매미라면 모를까 이 녀석의 울음소리는 그냥 '지이이이이이이리이이이이리이이이이이~' 하고 우렁차게 울어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짜증이 배가 된다.

이 소리가 공해가 되는 이유는 옛날에 TV 채널을 잘못 돌리거나 해서 나오는 검은색과 하얀색의 점이 번쩍거리는 화면이 나올 때 나는 쏴아아아아아~ 하는 소리랑 비슷한 화이트 노이즈 계통인데다가 데시벨 .이 120이 넘으며 다른 매미들과 달리 한번 울기 시작하면 한 번도 쉬지 않고 약 20초가량 줄기차게 울어댄다. 거기에 하나가 울면 다른 놈들도 울어대는 종족 특성 상 말매미 10마리가 붙은 나무 그늘은 휴식처가 아니고 헬게이트다. 특히 공원 등에서 주변에 특히 느티나무와 같은 큰 활엽수가 많이 있다면 한 나무의 녀석들이 울기 시작하면 줄줄이 주변 놈들도 울기 시작하고, 처음 울기 시작한 녀석이 울음을 그치더라도 다른 쪽의 녀석들이 아직 울고 있는 통에 울음을 그친 녀석도 다시 울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이 다시 운 녀석 때문에 다른 녀석들도 다시 울기 시작하는 무한 재생을 맛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듣기 시험이 진행되는 어학시험에 운 없게 말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야말로 수험생들에겐 공공의 적. 하다못해 한 어학원에서는 매미울음소리가 들어간 듣기 파일까지 판매 할 정도니 할 말 다했다. 차라리 봄, 가을, 겨울에 어학시험을 보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제외한 곳에서는 별로 없었으나 높은 기온과 해발고도가 낮은 곳을 선호하는 말매미가 지구온난화와 도시열섬 현상의 영향과 더불어 도시 환경에 급속도로 적응하면서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말매미는 벚나무, 느티나무, 플라타너스 등의 나무를 선호하는데, 도심의 도로변에 가로수로 이런 나무들을 주로 심은 탓에 말매미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가 열린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 같은 대규모 도심지를 벗어나 해발고도가 높고 평균기온이 낮으며 수종이 다양한 지역으로 가면 말매미의 수가 급감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가령 강원도 원주시에는 말매미가 많이 보이다가 바로 근처의 치악산으로 등산을 가면 뚝 그치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리가 내는 소리도 시끄러운 걸로 유명한데 수십 마리가 동시에 합창하면 아예 사람들끼리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낸다. 특히 위에서 설명했듯이 말매미의 습성 중 하나가 수컷 한 마리가 울면 근처의 수컷들도 같이 울기를 시작한다는 것인데, 도시의 소음공해 때문에 울음소리도 예전에 비해 커졌고, 밤에도 우렁차게 합창해대고 있어 모기와 함께 뭇 주민들의 잠을 설치게 한다.

거기다 꽃매미와는 다르게 유해지정곤충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방역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말매미는 그냥 인간이 대규모 도시를 조성하고 함께 심은 벚나무와 느티나무, 플라타너스에 딸려온 것이니 결국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천적들도 도시에는 말매미의 발생량에 비해 너무 적을 뿐더러, 말매미들은 웬만하면 높은 곳에 붙어있는 지라 정 처리하고 싶다면 나무를 타거나 사다리차를 동원하거나 돌멩이 같은 걸 던져 맞춰 죽이는 등 수고가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한 마리가 경고음을 냈다 하면 죄다 다른 곳으로 튀어버리기 때문에 말매미 개체수 해결책은 사실상 주변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는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나마 나무뿌리를 기어 올라오거나 혹은 자리를 잡고 우화하는 도중 개미들한테 뜯겨서 죽는 경우는 자주 있다. 우화 중에는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탓인지, 개미에게 한 번이라도 뜯긴 녀석은 거의 열에 아홉이 껍질을 벗지 못하고 결국 탈피하다 만 채로 몸이 굳어 버린다. 그 다음은 그저 개미들의 일용할 양식이 될 뿐.

손으로 매미를 잡을 때 "찌이이이~"하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수컷의 경우) 날개를 퍼덕이면서 다리를 움직이는데, 이때 앞다리의 세 마디 중 몸통 쪽 마디에 작게 돌출된 가시에 찔릴 수 있다. 독이 있거나 찔렸을 때 피가 나오는 것은 아니나 좀 아플 수는 있다. 이때도 그 크기에 걸맞게 다른 매미와는 차원이 다른 굉음으로 비명을 질러댄다. 오줌도 싼다. 특히 잡으려다 놓친 경우 오줌 세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기 때문에 잡으면 꽤 징그럽기도 하다. 정말 큰 녀석은 날아가다 거미줄에 걸리긴 커녕 가볍게 뚫어버려서, 산왕거미나 무당거미 같은 대형종이 아니면 거미줄로도 잡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갑충이 아니다 보니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같은 체급의 다른 대형 곤충보다 비행 능력이 은근히 좋은 편이므로 참새 같은 작은 조류와는 공중전을 펼치기도 한다 물론 대등하게 싸운다는 건 아니고 끝은 결국 참새에게 먹히는 비참한 결말이지만 운 좋게 참새가 말매미를 사냥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나름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을 볼 수 있다. 물론 까치 같은 전문 포식자를 상대로는 그런 것은 없다.

삶속 매미들의 노랫소리 / 여관구

 

푸름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그늘을 헤집고 흘러나오는 소리

나는 그것이 즐거운 노랫소리 인줄만 알았다.

내 맘을 시원하게 위로도 해주고

기쁨 속에 묻어주는 너의 소리가

나를 위로해주는 행복의 소리인줄만 알았다.

나무의 발등상에서나 보도블록위에서

뒹구는 네 몸체를 보면서

네 가족들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슬픔의 울음소리 인 걸 그때서야 알았다.

네 영혼을 위로라도 하듯이

보도블록 사이에서 흙을 퍼 올려 덮어주는

저 개미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라

너의 짧은 삶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이

마지막을 고운 마음으로 감싸주는 모습에

내 마음도 함께 묻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