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세월을 대구 시민과 함께한 권영진 전 시장

‘코로나’라는 엄중한 상황 뒤에 숨은 이야기 ‘파크골프’를 비롯한 운동 마니아로서 시니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그가 바라보는 ‘지방분권’과 앞으로의 방향

2022-07-01     강효금· 김대광 기자
임기를

대구· 경북은 ‘국민의 힘’의 텃밭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지자체장에 나서기 위해 공천 신청을 할 때, 깨끗하게 3선의 길을 걷지 않겠다고 선언한 권영진 시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권 시장을 찾아 8년의 의미와 그가 느낀 지자체장으로의 무게, 개인적인 소회를 들었다.

 

온가족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는 파크골프이야기

- 시장님과 파크골프는 떼놓을 수 없습니다. 재임 기간 파크골프 동호인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대구가 파크골프의 메카라 불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 저는 저 스스로 체육인이라 할 만큼 운동을 좋아합니다. 특히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무엇이나 좋아하지요. 노인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더불어 어르신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강수명으로 인해 어르신들은 한두 가지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생활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질병에 걸린 뒤 받는 ‘치료’가 대부분입니다. 질병에 걸린 뒤 하는 치료비 지원이 아닌, 미리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주목하게 된 것이 파크골프였습니다. 파크골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고, 건강한 사회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즐기는 스포츠로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여 생활밀착형 체육시설로서의 파크골프장을 확충하고, 생활체육 프로그램과 각종 대회를 통하여 파크골프 종목을 지원하는 시책을 추진하였습니다.

대구

-결과는 어떠했나요?

▶취임 당시 171개이던 홀의 수가 504홀로 늘었습니다. 현재 설계 중인 북구 사수동의 36홀의 조성이 완료되면 540홀이 되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 됩니다. 구장 개수로는 18개 구장이 확충되었습니다. 동호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 5월 기준 (사)대한파크골프협회 대구 회원이 14,743명입니다. 이는 전국 75,822명의 20%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 대구의 파크골프 동호인들은 파크골프 전국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영국 전 대구파크골프협회장님을 중심으로 한 회장단과 회원들의 특별한 관심과 다양한 지원에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시민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확충하고자 노력한 대구시의 정책적·재정적 의지와 지원이 더해져 오늘날 대구가 ‘파크골프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발전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라는 엄중한 상황 뒤에 숨은 이야기

- ‘코로나19’는 온 국민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2020년 신천지발 대구 코로나 환자는 대구 전체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외지인들의 따가운 시선은 시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고, 그 대책의 중심에 권 시장님이 계셨습니다.

▶지난 2020년 2월로 되돌아 가보면, 2020년 2월 18일 신천지발 대구 코로나 확진자 첫 발생이후, 하루 최대 741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를 겪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 지침조차 없었던 그 당시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공포와 두려움으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방역 대응 초기에 병상 및 생활치료센터 확보,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와 진단검사에 집중하고 방역대응에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대구시장이 신천지 교인이다”, “신천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등의 수많은 음모론이 언론과 SNS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가 유포되면서 더욱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논란에도 흔들림 없이 방역대응에 모든 자원과 행정력을 집중했습니다. 코로나 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53일만에 신규 확진자 수를 제로로 만들 수 있었고, 당시의 긴박했었던 코로나 상황을 안정화 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당시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어 외지인들이 보고 느끼는 대구에 대한 시선 또한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은 코로나19를 대구에서 막아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공동체 정신으로 ‘대탈출’ 없이 ‘자발적 봉쇄’를 선택했습니다. 시민들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었고, 이러한 공동체를 지켜내고자 하는 대구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어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아울러, 국민이 보내주셨던 응원과 격려, 아무 조건 없이 달려와 준 전국의 의료인, 자원봉사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 대한민국 공동체가 보여주었던 공동체적 연대가 어려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 되었습니다.

-그 힘든 시간에 도움의 손길을 제일 먼저 내민 곳이 시장님이 재임 시에 광주와 맺었던 ‘달빛동맹’이었습니다.

▶ 형제의 도시라는 말을 관용적으로 사용합니다만, 코로나 이후 대구와 광주는 끈끈한 형제애가 생겼습니다. 대구가 코로나19로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광주에서 제일 먼저 응답해 주었고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위기 상황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대구시장으로 취임한 때부터, 달빛동맹을 발전시켜 동서화합에 일조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대구와 광주의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광주의 우정은 더욱 값지고 소중했습니다. 작년에는 달빛동맹으로, 두 도시의 상생발전을 견인할 성과도 이뤄냈습니다. 

2021년 6월 달빛고속철도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시킨 것인데, 달빛동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세를 더하여 11월에는,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 대구·광주 공동유치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현재 활발히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제 달빛동맹은 명실상부한 국가균형발전과 국민대통합의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18일, 달빛동맹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저와 이용섭 광주시장님을 상대방 도시의 명예시민으로 위촉해 주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보람도 컸고, 감동도 깊었습니다.

- ‘가짜 백신사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시죠.

▶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는 성공하고 있었지만,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방역은 ‘백신’과 ‘치료제’에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때 대구 의료계에서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동분서주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도입선과 연락이 닿아 4월말, 독일에서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백신은 보건복지부 백신구매팀을 통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관련 자료를 넘겼습니다. 그때 언론에서 ‘가짜 백신 사기 사건’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하게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에, 야당 정치인으로 비애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데 만족합니다.

 

지방분권의 현 주소

-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퇴임하시는 시장님이 바라보는 지방자치제도, 지방분권의 현주소는?

▶ 역대 정부마다 초기에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그 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제 중앙집권적인 국가경영의 틀을 과감하게 벗고, 지방의 힘이 나라의 힘이 되는 시대· 지방도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지나는 동안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 측면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실질적인 지방자치 측면에서는 별로 바뀐 것이 없습니다. 그동안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는 등 지방분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주입법권, 자주재정권, 자주조직권 같이 지방자치에 꼭 필요한 권한이 아직도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있고, 지방은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입법권은 여전히 헌법에 의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로 제한돼 있습니다. 재정권은 조세법률주의로 지방은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조차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조직권도 지방이 자율적으로 지역의 특성과 사정에 맞는 구성을 할 수 없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제한들이 지방을 꼼작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금씩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서 정치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정치권의 공감대와 합의가 형성되도록 촉구하며, 희망을 가지고 차근차근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하면, 지방분권이 조금더 앞당겨지리라 생각합니다.

대구시정을 떠나면, 우선 당분간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그 이후에는 대구의 미래를 위해, 또 대구의 새 도약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런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한민국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열매를 맺어 지방이 수도권과 같은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희망을 펼칠 수 있는 ‘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