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춤꾼, 강산노을 씨

퍼포먼스 창작 1인 춤 전문가 93대전 EXPO, ’97광주비엔날레, 제15회 순천만갈대축제(2003) 등 대규모 행사에서 공연

2021-09-29     이철락 기자

세계 곳곳은 코로나19 범유행이라는 질곡에 장기간 갇혀있고 대중예술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사 없이 몸짓으로 창작하는 춤 전문가 강산노을(본명 강종원)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어려운 시점에 그의 근황에 대하여 인터뷰하고자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연습실을 찾았다.

9월

 

-춤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나요?

▶8남매 중 막둥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노래에 끼가 있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다. 초등학교 때는 수업하기 전에 선생님이 노래를 부탁하셨고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와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을 곧잘 부르곤 했다. 그것이 오늘날의 강산노을이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릴 적 노래에서 어떻게 춤으로 연결되었는지요?

▶요즘은 지방자치 시대여서 축제를 통해 인기 가수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밤무대를 가야만 주로 볼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 밤무대에 놀러 갔다가 ‘럭키세븐’이라는 패키지 쇼단에 들어가 처음 춤을 추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밤무대가 성황을 이루던 시절, ‘무교동 월드컵’이라는 큰 나이트클럽에서 8년, ‘홀리데이 인 서울’에서도 1년 정도, 그밖에 ‘영도호텔’, ‘아마존’ 등과 같은 큰 나이트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춤을 추었다. 춤을 추지 않았으면 아마 가수가 되었을 것이다.

삶의

 

-나만의 춤을 개발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처음엔 팝 음악의 현대무용을 했었다. 30대 초반 무렵, 서울 창덕궁 옆 공간사랑이라는 소극장에서 인간문화재 공옥진 씨의 1인 창작극 춤을 보고 매료되었다. 무대 뒤로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더니 전남 영광으로 오라고 하셨다. 영광까지 몇 번 다니다가 너무 멀고 여건이 맞지 않아서 중도 포기했다. 선생님은 도움을 주시고자 하셨지만 내가 따라주지 못한 것이다. 그때부터 나만의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춤 하나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표현한 게 '해방춤'이다.

-일반인들의 춤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이 보이더군요?

▶나를 상징하는 타이틀을 갖고자 나름대로 연구를 통해서 나만의 독특한 춤을 창작하였다. 일반 전통춤은 형식 속에서 내실 있게 짜여 내려오지만, 내 춤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전통이나

 

-그동안 주요 공연 실적을 소개할 수 있는지요?

▶다섯 번의 오디션을 거쳐 참가한 ‘93대전엑스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인정도 받았다.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온 예술단과 김덕수 씨의 ‘사물놀이 한울림 예술단’이 한 달 동안 나와 같이 합숙하며 공연했다. 97광주비엔날레에도 초청받아 한 달 동안 참여했다.

-공연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있으신가요?

▶제15회 순천만갈대축제(2003)에서는 김덕수 씨의 사물놀이가 오프닝을 하고 내가 폐막식에 참여했었다. 당시 사회자가 “강산노을 씨의 춤으로 축제의 막을 내린다.”라고 선언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또 공연 후 많은 분이 “삶의 애환을 표현한 춤이므로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달라”라고 응원할 때 힘이 났었다.

강산노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몇 년 전 인천의 한 방송에서 안동 탈춤 축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였다. 공연이 절정에 이를 때 하필 음악 CD가 고장이 났다. 마무리하지 못해 무척 속상하고 절망적이었는데, 방송에서는 그걸 재미있다고 그대로 내보낸 적이 있었다.

- 코로나19 범유행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즈음 어떻게 활동하시는지요?

▶좀 기다리면 끝날 줄 알았다. 장기화하니까 공연 섭외도 거의 없어지고 무척 힘들지만,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공연 요청을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간간이 개인적인 작은 행사가 있으면 가끔 몸도 풀 겸 다닌다.

9월

 

-앞으로의 계획은?

▶몸이 건강하고 남이 나를 찾아준다면, 이왕 해온 길이니까 열심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매주 화요일 저녁 대구 달서구에 있는 ‘놀멘 연주단’(단장 이관용) 연습실에서 보컬 연습도 하며 예전과 같은 상황이 곧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예술인으로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세간에서 큰 인기를 얻은 사람과 무명인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 아쉽다. 코로나19 범유행이 종식되어 예술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오고 예전처럼 활동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관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모두 열심히 준비해서 공연한다. 호응으로 손뼉 많이 쳐 주시고 앙코르도 요청하신다면 예술인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보편화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의 업그레이드가 대중예술인들의 삶을 예전 상태로 곧 회복시켜줄 것으로 믿는다. 가슴 한편에서 진한 감동이 일어나는 강산노을 씨의 춤 동작을 많은 사람이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