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우리나라 젊은 범들이 ‘2020 하계 올림픽’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2021-07-28     정신교 기자

우리나라의 민간 설화에는 호랑이가 소재가 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효자를 등에 태우고 한겨울에 홍시를 구하는 호랑이, 곶감이 무서워 도망친 호랑이들처럼 우리에게 호랑이는 아주 가깝고 친밀한 존재다.

'호랑이’는 범 호(虎)와 이리 랑(狼), 호랑(虎狼)에서 유래되어 우리말처럼 되었는데, 우리 조상들은 범이라는 우리말을 더 많이 써 왔다.

조선 후기의 명창 이날치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와 힙합 음악을 융합한 조선힙합이라는 K-팝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범 내려 온다’는 이날치 밴드의 판소리 수궁가 중의 한 대목으로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면서 수억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올림픽 기간 중 정치적 선전을 불허하는 IOC의 요청으로, 기존의 이순신 장군과 연관된 선수단 숙소 현수막 을 철거하고, 새로 '범 내려온다'는 캐치프레이즈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회 첫날인 24일, 올림픽 양궁 혼합복식에서 우리나라의 김제덕·안산 조가 네델란드팀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양궁 첫 혼합복식에서 최연소 금메달 획득 기록을 세운 김제덕(Kim Je-deok, 2004∽) 선수는 26일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도 선배인 오진혁(Oh Jinhyek, 1981∽), 김우진(Kim Woojin, 1992∼) 선수와 같이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며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 단체전의 고비는 바로 일본 대표팀과 맞붙은 준결승전이었다.

한·일 양 팀이 각각 2세트씩을 나눠 가지면서 마지막 슛오프전에 들어갔다. 선수들이 각각 한발씩 쏘아서 양 팀이 28:28, 동점을 기록한 순간, 우리나라 김제덕 선수의 포효(咆哮)가 터져 나왔다.

그가 쏜 10점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서 가장 가까웠던 것이다. 동점이 되면 두 팀의 화살 가운데 과녁 정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화살의 거리로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김제덕 선수는 대회 중 위기나 기회 때마다 우렁차게 포효하며 주의를 환기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파이팅∼”, “파이팅, 코리아∼”

대한해협을 건너간 젊은 범들이 도쿄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며, ‘2020 하계 올림픽’을 점입가경(漸入佳境)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