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살기] 내겐 너무 사랑스런 '쭈글이’ 쌤-(3)시어머니

2021-03-09     남성숙 기자
경북

 

2017년 2월, 남편의 회갑을 맞아 아들과 딸이 일본 가족여행을 제안했다. 쌤을 3박 4일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에 빠졌다. 애견호텔이나 지인의 집에 맡길까도 했지만 가족이 안 보이고 낮선 곳에 두면 버려진 줄 알고 불안감이 클 것 같았다. 결국 평소대로 생활하던 공간에 두고 시어머님을 우리집으로 오시게 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딸아이가 전화를 걸어 “할머니 쌤은 밥 먹었어요? 간식은 줬어요?” 하고 쌤의 안부부터 물었다. 다음날도 때마다 전화해 쌤의 근황을 확인했는데 3일째 되던 날 딸애의 전화를 받은 시어머님께서 한 말씀을 하셨다. “너는 전화를 했으면 할머니 식사하셨냐고 묻는 게 먼저지 우째 쌤이 항상 먼저고? 내가 개보다 못하냐?”며 크게 화를 내셨다.
아무려면 시어머님보다 쌤이 더 중할까? 애초에 사람과 반려견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반려견은 말 못하는 생명체다 보니 사람이 챙길 수 밖에 없다는 걸 어머님께서 모르실리 없을 텐데 화를 내셔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여행에서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다. 올 때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려 드렸지만 팔순을 훌쩍 넘긴 시어머님께서는 밖에 나갔다가 혹 못들어올까 염려되어 사흘 내내 집 안에만 계셨단다. 얼마나 갑갑하셨을까? 또 TV리모컨 작동이 마음대로 안 돼서 하루가 10년처럼 지루했다고도 하셨다. 여행 중인 우리 가족을 위해 불편한 내색을 않고 계셨는데, 늘 쌤부터 걱정하는 아들 며느리 손주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신 게 당연했다. 진심으로 죄송해하는 우리의 마음이 전달되어 금새 풀어지시기는 했지만 새삼 생각해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대구 외곽에 있는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강의를 나가는데 그때마다 퇴직 후 로드 매니저를 자처한 남편과 쌤이 동행한다. 내가 강의하는 동안 남편과 쌤은 지역 명승지나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장터 구경도 한다.
쌤을 볼 때마다 시어머님께서는 “니 팔자가 내보다 낫네? 조선팔도 다 따라 다니고” 하시며 부러워 한다. 
유머가 생각난다.
아내: 자기한텐 누가 1순위야?
남편: 그야 당근 자기지.
아내: 그럼 2순위는?
남편: 예쁜 우리 아들.
아내: 3순위는?
남편: 예쁜 자길 낳아준 장모님이지.
아내: 4순위는 어머님이겠네?
남편: 아니 우리집 애견 멍멍이.
아내: 설마 5순위가?
남편: 당근 우리 엄마지
문밖에서 듣고 있던 시어머니가 다음 날 나가시면서 냉장고에 메모지 하나를 붙여 놓으셨다. “1번 보아라 5번은 노인정 간다.”

어머님~ 그거 아세요?
아범과 저 그리고 우리애들에게는 어머님은 1번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