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와룡매(臥龍梅)

일본 동북지방 지진과 한·일 교류

2021-02-23     정신교 기자

신축년(辛丑年) 설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일본의 동북지방(東北地方) 센다이시(仙台市)에서 남동쪽으로 103km 떨어진 태평양太平洋) 해역에서 진도 7.3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이라고 한다. 동북지역의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을 포함해서 동경까지 약 100만여 가구가 정전되고 1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철도와 고속도로 일부가 붕괴되어 복구 중이라고 한다.

동북지역은 일본열도 중 혼슈(本州)의 가장 위쪽에 있는 아오모리(青森), 이와데(岩手), 아끼다(秋田),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야마가타(山形)의 6개 현(県)을 말한다. 이 지역은 면적은 넓으나 산간지가 많아서 비교적 인구밀도가 낮은 편이다.

센다이시는 미야기현청 소재지이며, 임진왜란에서 돌아온 영주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가 센다이성을 축조하면서 동북지역의 산업과 경제, 교육의 중심도시로 발전했다. 1907년 일본에서 3번째 제국대학으로 설립된 도호쿠대학(東北大學)은 전기 및 전자공학과 통신, 반도체 연구로 유명하며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李秉喆, 1910~1987)은 1970년대 중반에 센다이시를 자주 찾았다. 반도체의 세계적 권위자인 도호쿠대학의 니시자와 준이치(西澤潤一, 1926~2018) 교수에게 반도체 산업의 자문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1983년도에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한 삼성은 1년 만에 미국과 일본에 이어서 3번째로 64KD램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양산하는 공장을 완공하여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64K D램은 손톱만 한 크기의 칩에 6만4천 개의 트랜지스터와 같은 소자가 800만 개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약 8천 글자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이후 삼성은 연거푸 16M D램, 64M D램을 개발하고, 1994년도 세계 최초로 256M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되었다.

동일본

센다이시 북쪽의 마츠시마(松島) 해안은 섬들이 많고 송림이 우거져서 일본의 3대 절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9세기에 창건된 이곳의 즈이간지(瑞巖寺)는 국보급 보물이 많은 사찰이다. 16세기 초에 다테 마사무네가 절을 중건하면서 임진왜란의 전리품으로 가지고 온 홍백의 와룡매(臥龍梅)한 쌍을 본당 경내에 심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4백 년 동안 해풍을 맞고 자란 나무는 사방으로 수십 미터까지 가지가 뻗어서 용이 몸뚱이를 틀고 누워 있는 형상으로 자랐다. 해마다 4월이 되어 홍매화, 백매화가 만발하는 광경은 이곳의 유명한 자랑거리이다. 1999년도에 즈이간지의 129대 주지인 히라노 소죠(平野宗淨) 스님이 참회의 뜻으로 안중근의사숭모회에 반환을 제의하여, 순국 제89주기에 맞추어 와룡매 후계목 한 쌍이 서울 남산공원에 심어졌다. 이와는 별도로 센다이시의 가미농업고(加美農業高)와 자매결연교인 수원농생명과학고에도 식재되어 전시되고 있다.

일본 동북지방에는 약 1만여 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절반이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에 살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교민들의 피해는 없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유언비어와 혐한 괴담들이 유포되고 있어 민심이 흉흉하다고 한다.

우리 외교 당국은 일본 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하여 교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현지의 피해 복구에도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장구한 역사 속에 한·일 양국은 교류하고 협력하며 상생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저명한 역사학자 E. H. carr(Edward Hallett Ted Carr, 1892~1982)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라고 피력하였다.

당면한 천재지변(天災地變)을 극복하기 위해 두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가 더욱 개선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