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피서지]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잡동사니 고물이 보물되다

2020-08-10     이수이 기자

 

펭귄마을

 

광주 양림동은 여시골, 도깨비골로 불리던 곳이었다. 100여 년 전 호남 최초로 서양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통로이자 희생과 나눔의 공동체 역사를 태동시켰던 광주 정신의 발현지로서 기독교 문화유적과 우리의 전통 문화재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선교사들이 교회를 열고 학교와 병원을 세워 ‘광주의 예루살렘’ ‘서양촌’이란 별칭이 있다.

옛 골목의 추억이 가득한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이 공예특화거리로 새단장하였다. 광주시가 남구 주민들의 의견과 도시재생 전문가의 자문으로 양림동 펭귄마을에 공예특화거리를 조성하게 되었다. 낡은 가옥 20여 채를 리모델링하여 11개의 공방이 입주해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 전시장, mbc 오픈 스튜디오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양림동 펭귄마을은 주변지역의 도시화로 뒷전에 밀려나 있던 마을이다. 화재로 집 한 채가 전소된 곳에 마을의 쓰레기들이 쌓여 흉물스럽게 방치되자 트럭 2대 분량의 잔재들을 치우고 그 집터를 이용해 버려진 시계와 그림 등을 주워 벽에 걸고 진열한 것이 펭귄마을의 시작이 되었다.

쓰레기를 깨끗이 치운 후 주변에는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텃밭을 가꾼 어른들은 대부분 관절염을 지병으로 지닌 연로한 주민들로 뒤뚱뒤뚱 느린 걸음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문화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모습이 마치 펭귄을 닮았다 하여 펭귄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 평범한 골목길에 고장 난 벽시계, 수백여 종의 생활용품, 장난감들을 모아 걸어놓으니 ‘예술’이 되고,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언뜻 보면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익살과 풍자가 넘치는 곳이 되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펭귄 주막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기자가 찾아갔던 날엔 광주에도 장맛비가 며칠째 계속되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마을에 사는 주민 몇 분이 날궂이라며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과 신열무김치 그리고 마른 멸치 한 접시를 내놓고 막걸리 한잔을 하고 계셨다. 마을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니 시원한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한 잔 마시라며 내놓으신다.

“우리 마을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오고 싶었던 사람들은 다 오간 것 같아요. 전국에서 어른들, 젊은이들도 오고 연예인들도 얼마나 왔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인가 사람들이 뜸해요. 여는 잠깐 와서 사진만 막 찍어가고 저기 밖에 카페 많이 생긴데 있어요. 그 짝으로 다들 갑디다. 우리 촌장님이 정말로 우리 마을을 위해 애 많이 썼는데….”

수많은 벽화와 스토리가 공존하는 펭귄마을. 간간이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와 구수한 표현들도 눈길을 끈다. 주제도 참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과거를 추억하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만난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좁디좁은 골목을 거닐게 한다. 시시(詩詩)한 골목 벽에는 시가 가득 쓰여 있다. 그저 흔한 평범한 보통의 골목이었을 텐데 낭만적인 골목으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적인 인물인 이옥선 할머니의 꽃다운 16세 소녀 시절 모습과 92세의 모습이 나란히 세워져 있어 인상적이다. 그 옆으로 자리한 70살로 추정되는 버드나무와 어우러져 더 돋보인다. 휘늘어진 버드나무가 무성하였다 하여 양림이라 했는데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다 뽑혀 사라졌다. 가까이 학강초등학교에 한그루 심어 마을의 상징목으로 여겼던 버드나무가 태풍에 뿌리까지 뽑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안타까워하는 주민들의 바람을 헤아려 현 위치인 양림행정복지센터 앞으로 다시 옮겨 심어 살려냄으로써 주민들의 바람대로 버들가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양림 펭귄마을은 갤러리에 전시 중인 현대미술품 관람하듯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담벼락, 화장실 위 등 곳곳에 설치된 정크아트는 버려진 고물들에 상상력을 덧칠하여 자리를 내줌으로써 고물이 보물로 재탄생하게끔 하였다. 현재보다 1970~80년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듯 소품 하나하나가 중년들에겐 어릴 적 추억을, 청년 세대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펭귄마을은 매력적인 곳임에는 틀림없다. 금방이라도 코흘리개 골목대장들이 뛰쳐나올 법한 좁은 골목에서 만나는 시간여행은 코로나19로 언택트 여행을 하기에 참 알맞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천천히 한 발짝씩 걸어가며 추억을 즐기길 바라본다. 아울러 목적 없이 찾아들어 인증샷만 찍는 이들에 의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마을이 탈바꿈해버릴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양림동 펭귄마을만큼은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해주고, 정감 가는 사투리와 곳곳의 주민들의 손으로 꾸며진 추억의 모습들이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이 가진 풍부한 볼거리와 어우러져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