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일요시네마 ‘길버트 그레이프’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rape)

2020-06-04     정신교 기자
영화

코로나19 감염증의 발병 이후 모든 공적, 사적 활동들이 제한되면서 휴일 나들이는 아예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차제에 EBS TV 방송의 ‘일요시네마’ 프로그램은 휴일이 끝나는 시점의 우울함과 무료함을 달래는 호재가 된다.

지난 4월에는 자폐증 환자인 형과 동생의 거액의 유산 상속에 관한 로드무비 ‘레인 맨(Rain Man)’에서 젊은 날의 톰 크루즈와 중년의 더스틴 호프만(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모습과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5월 31일(일) 방영된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rape)’의 원제는 ‘무엇이 길버트를 갉아 먹는가?’이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농촌 마을 엔도라를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미국 중산층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이다.

자동차와 철강 산업의 중심지이던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의 경제가 1970~80년대부터 쇠퇴하면서 주변 지역도 불황을 겪게 된다.

아버지의 자살로 외부와 단절하여 체중이 200여kg까지 늘어난 어머니 보니와 누나 에이미, 지적장애 동생 어니와 여동생 엘렌을 부양하는 청년 길버트 그레이프의 이야기이다.

대도시로 떠난 형을 대신하여 길버트는 식료품점에서 일하며 가족을 돌보게 되는데, 동생 어니가 가끔 마을 중간에 있는 수십m 높이의 개스 타워에 올라가서 말썽을 피운다. 경찰이 출동하고 길버트가 노래를 불러서 어니를 내려오도록 하고, 목격하던 여행자 베키가 길버트를 좋아하게 된다. 자유분방한 베키와 사귀면서 길버트는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니가 다시 사고를 쳐서 엄마 보니와 전 가족이 경찰서에 가서 어니를 구해오는데, 군중들이 모여들고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보니는 자신의 비만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가족들에게 수치감을 준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다. 늘 거실 소파를 끼고 생활하던 보니가 어니의 18세 생일 파티를 끝내고는, 오랜만에 2층 침실로 올라가서 자던 중에 숨을 거둔다. 가족들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사람들 구경거리가 되지 않도록 집에 불을 지른다. 누이들은 살길을 찾아 떠나고, 길버트는 다시 돌아온 베키와 같이 동생 어니를 데리고 떠난다.

넝쿨에 달린 포도송이처럼 오밀조밀 붙어서 살다가, 뿔뿔이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길버트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광활한 대지 위에 지평선을 향해 느릿느릿 움직이는 캐러번 행렬이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원작은 피터 헤지스의 동명 소설인데, 그는 이 영화의 각본을 맡기도 하였다. 지적장애 동생 어니 역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아카데미조연상 후보), 주인공 길버트 역을 ‘캐리비안 해적’의 조니 뎁이 맡아서 열연하였다.

명장면 #1

어니를 구해서 보니와 가족들이 경찰서 현관을 나서는데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의기양양하던 거인 보니의 표정이 차츰 수치와 모욕감으로 변한다.

명장면 #2

아이오와의 넓은 옥수수밭.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도 나오는 광경이다.

6월 7일(일, 오후 1시 30분)에는 1980년대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가 방영된다. 소년 빌리(제이미 벨)는 권투를 배우다가 우연히 발레에 입문하게 되는데…. 석탄 광산의 파업 등, 1980년대 영국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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