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티푸스 보균자 메리의 생애①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

2020-03-09     정신교 기자

감염병의 분류 체계가 올해부터 전면 개편되었다. 전파력과 심각한 정도에 따라 종전의 5군에서 4급 체재로 구분된다. 현재 유행하는 신종감염병과 SARS, MERS와 같은 중증호흡기증후군들은 제1급으로, 제1군이었던 장티푸스, 콜레라, 파라티푸스 등은 제2급감염병으로 바뀌었다.

장티부스(장질부사, typhoid fever)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급성 전신성 발열성 질환으로 고열, 복통과 두통 및 설사를 동반하는 감염병이다. 균에 오염된 물과 음식물로 감염되어 1~3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세가 나타나며, 환자의 분변으로 균이 배출되어 집단 감염이 일어난다. 장티푸스균은 비교적 생존력이 강하여 냉동식품으로도 감염이 되며, 치사율이 10~20 %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절기의 단골손님으로 해마다 수백 명씩 환자가 발생한다.

장티푸스 메리로 알려진 메리 맬런(Mary Mallon, 1869~1938)은 미국 최초의 장티푸스 건강보균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장티푸스균을 감염시켜 평생 격리 생활을 하였다.

1906년 여름의 뉴욕은 찌는 듯이 더웠다. 맨하튼에 사는 은행가 찰스 워런 씨 가족은 롱아일랜드 오이스터베이(Oyster Bay, Long Island, New York)에 있는 톰슨 씨 별장을 임대하여 여름을 나기로 하였다. 뉴욕시는 맨하튼(Manhatten)을 중심으로 브롱스(Bronx), 브루클린(Brooklyn), 퀸즈(Queens), 스테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를 포함하는 5개의 구(borough)로 구성되어 있다. 롱아일랜드(Long Isalnd)는 맨하튼에서 동쪽의 대서양으로 길게 뻗은 섬이며, 부자들의 대저택과 별장이 많은 지역이다.

워런 씨 가족은 8월 초부터 별장에서 생활하면서 친척과 지인을 초대하여 만찬도 즐기면서 여름을 보냈다. 만찬 후 일주일이 지나서 딸 마가렛(9세)이 고열과 설사, 발진과 같은 장티푸스 증세가 나타났다. 다시 일주일 후에 환자가 5명으로 늘어나자, 워런 씨는 가족과 함께 급히 맨해튼으로 돌아갔다.

별장 주인 톰슨 부부가 해외 여행에서 9월 말에 돌아와서 장티푸스의 발병 소식을 듣고 관할 보건소에 연락하였다. 상수원과 거주지 주변 등, 의심스러운 곳들에서 검체를 채취하여 조사하였으나 결과는 전부 음성이었다. 톰슨 부부는 장티푸스 방역의 권위자인 조지 소퍼(Jeorge Soper, 1870~1948) 박사에게 조사를 의뢰하였다. 소퍼 박사는 주변 환경과 음식 재료들의 표본을 취하여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로 음성이었다. 장티푸스의 발병 이력을 조사하면서, 소퍼 박사는 별장에서 8월 초에 고용된 조리사 메리 맬런에 주목하였다. 아일랜드 출신의 메리 맬런은 키가 크고 뚱뚱한 중년의 미혼 여성(38세)으로 생과일 아이스크림을 잘 만들었으며 워런 씨 가족이 돌아갈 때 해고되었다.

소퍼 박사는 메리가 일한 가정들을 방문하고는, 거의 모든 곳에서 장티푸스가 발생하였으며, 유독 그녀만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해 겨울에 장티푸스로 딸을 잃은 월터 바운 씨 집에서 메리를 찾아내었다. 소퍼 박사는 사정을 설명하고 그녀의 소변과 대변 및 혈액의 검체를 요구하였지만, 메리는 매몰차게 거절하였다. 자신이 조사한 이력과 메리의 태도에서 보균자임을 확신한 박사는 한 차례 더 방문하여 메리를 설득하였지만 그녀는 완강하게 저항하였다. 소퍼 박사는 뉴욕시 공중보건국에 보고하여 여의사 사라 베이커(Sara Josephine Baker, 1873~1945)와 함께 경찰력을 동원하여 메리를 체포해서 전염병 전문교육기관인 월러드 파커 병원으로 압송하였다.

뉴욕시 보건국은 시민의 생명과 보건 위생에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하여 보건위원회를 구성하여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며 강제하는 입법, 사법, 행정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메리의 검체를 조사한 결과 소변에서는 전혀 균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대변에서는 다량의 장티푸스균이 검출되었다. 병원균이 감염되면 사람의 면역 체계가 작동하여 균과 싸우게 되는데, 면역 체계가 강하면 환자는 살고, 약하면 환자는 죽게 된다. 완치된 후에도 병원균은 환자의 몸에 수개월 동안 잠복하기도 하는데, 극소수 사람들은 일평생 보균자로 살아가면서도 증세를 느끼지 못하여 자신이 균을 배출하여 타인을 감염시킨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소퍼 박사는 장티푸스균이 서식하고 있는 메리의 담낭(膽囊, 쓸개)을 수술로 제거하도록 설득했다.

“메리, 당신 담낭에 장티푸스균들이 자라고 있어요. 수술로 간단하게 담낭을 제거할 수 있어요. 맹장처럼 담낭도 필요가 없으며 많은 사람들이 담낭 없이도 잘 살고 있어요.”

메리는 자신이 일생 동안 장티푸스를 앓은 적이 없다는 것을 강변하면서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병원균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외과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결국, 메리는 미국의 제 1호 장티푸스 건강보균자로서 노스브라더섬의 리버사이드 병원에 격리 수용되었다. 메리는 24명에게 장티부스균을 감염시켰으며, 그 중 한 명이 사망하였다. 1906년도에 뉴욕시의 장티푸스 발병 건수는 3,467건으로 639명이 사망하였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감염병 의심자를 일정 기간 동안 입원 또는 격리할 수 있으며, 위반하는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법이 강화되었다.

참고자료

1. "위험한 요리사 메리”, 수전 캠벨 바톨레티 저(곽명단 역), 돌베개, 2018.

2. "Curious Career of Typhoid Mary”, George A. Soper, Bulletin of the New York Academy of Medicine 45(1), pp 698-712,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