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가 아프다] 끊어진 사회 생활, 봉사ㆍ취미활동으로 되찾아야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 형성·유지가 필요 삶의 의미에 대해 음미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

2019-12-18     김영조 기자

 

 

대학 강단에서 은퇴한 A씨(68세)은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마음대로 늦잠 자고 TV 시청하며 자유를 누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감정은 사라졌다. 일상이 무료해지기 시작하였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건강 이상 증상이 하나씩 나타나고,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왜 사는지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면서 서서히 우울 증상이 왔다”

B씨(67세)는 몇 년 전 금형회사에 근무하다 나이가 들어 밀리다시피 퇴직하였다. 소득이 없어진 것은 물론 빌라 살 때 빌린 대출금을 갚아야하기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31세인 미혼의 아들이 직장에 다니고 있으나 자기 결혼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손을 벌릴 수가 없다. 대리기사와 일용근로자 일을 해보기도 했으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올해 겨우 종합복지관을 통하여 건설 현장 경비로 취업을 할 수 있었으나 계약직이라서 얼마 되지 않아 새 직장을 구해야 했다.

기대 수명이 연장되지만 은퇴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시니어에 관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은퇴 시기가 몰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할 일이 없어지는 이른바 역할 상실의 문제(무위고`無爲苦)다.

퇴직은 현실적으로 고정 수입이 줄어들거나 없어져 경제력 약화와 동시에 직장에서 가지고 있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잃게 된다. 아울러 핵가족화로 가족 안에서의 역할도 줄어들고 있다. 시니어의 역할 상실은 무력감, 자아정체성 혼돈, 자아상실감을 야기하고 나아가 노년기 사회적 소외와 고독,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21.6%가 우울증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이론에 의하면 사회활동의 참여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심리적 만족감 또는 생활만족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건강하고 보람 있으며 긍정적인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시니어 스스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며,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사회와 교류하며 사회적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들의 사회 참여는 개인적으로 정서적 안정을 가져 올 뿐만 아니라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도움을 줌으로써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줄어 노인을 돌보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감소한다고 한다.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김진홍 관장은 “시니어 역할 상실의 가장 큰 문제로 사회적 관계망 해체”를 손꼽으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은퇴로 인해 동료,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이것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시니어 개인적으로는 봉사활동이나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 활동 등을 통하여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관계망 구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사회 참여의 방법으로 경제활동과 봉사활동, 여가·취미활동, 종교 활동, 사회교육 참여활동 등을 들 수 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0.9%다. 경제활동 직종은 단순 노무직(40.1%)과 농림어업직(32.9%)이 대부분이다. 종사자 지위는 자영업자(38.0%), 임시근로자(33.3%), 무급가족종사자(11.7%), 일용근로자(9.2%) 순이다.

사회활동 참여는 종교활동(53.7%), 친목단체 참여(45.6%), 여행경험(33.8%), 학습활동(12.9%), 동호회 참여(4.4%), 자원봉사(3.9), 정치·사회단체 참여(0.4%) 순이다.

하나 이상의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79.1%이며, 참여하고 있는 친목단체, 동호회, 종교활동, 여행, 자원봉사 등과 같은 사회활동은 평균 1.5개로 나타났다.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노인도 전체의 20.9%에 이른다.

자원봉사활동은 자신의 존재가치와 긍지를 확인시켜 주고, 감동과 기쁨 그리고 행복감을 유발하며, 다른 사람과의 연대를 통하여 우울증 완화 기타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준다.

가정종합사회복지관, 대불노인복지관, 장애인시설 등에서 20여 년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태규 씨(71세, 개나리봉사단 회장)는 “봉사활동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있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소통하다보니 내 자신의 걱정과 어려움은 잊어버리게 돼 삶을 더욱 보람 있고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1998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시키고, 다른 집단은 돈을 받고 아르바이트 활동을 1개월 동안 시켰다. 그 후 타액 속의 면역 항체 IgA(면역글로불린A)의 수치를 비교해 보니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들의 수치가 월등히 높아졌다. 봉사활동이나 선행을 하면 우리 몸에 면역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을 “테레사 효과”라 한다. 인도에서 극빈자 구호에 40년의 세월을 헌신한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수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밖에도 운동이나 등산, 독서, 요리는 물론이고, 그림, 글쓰기 등의 예술 활동이나 심미적 활동을 통하여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자아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인간의 전 생애를 걸쳐 8개 발달 단계로 구분하고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를 ‘자아통합 대 절망’의 시기로 봤다. 이시기의 성패는 신체적, 사회적인 퇴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인생을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음미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