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성, 언제 어디까지인가?
노인의 성, 언제 어디까지인가?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07.22 13:5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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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년은 있어도, 노인의 성은 정년이 없다

 

노인들은 몸과 마음이 노쇠하고 여생을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관념이 팽배하다. 더구나 그들의 성적 욕구는 아예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조소나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풍조이다. 또 생식 시기를 지난 노인의 성 활동은 불필요한 것이며 노인의 이성 교제는 성을 떠난 관계만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 어쩌다가 성 문제가 생기면 ‘점잖지 못한 노인’으로 낙인찍는다.

특히 여성의 정절을 중요시해온 역사적 전통으로 인해 여성 노인은 남성 노인보다 일찍 성욕 감퇴를 경험할 뿐 아니라 그것을 당연시하고 ‘성노인(聖老人)’으로 존재하도록 문화적 압력이 가해진다. 따라서 노인은 性에 초연해야 존경받는다는 사회적인 믿음은 노인에게 性을 체면 문제로 치환시킨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중에서-

“영감은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피운다” “시장 좌판 할머니의 웃음 속에는 전날 밤의 비밀이 있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삶의 원동력은 건강한 식욕과 성욕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이 들면 가장 먼저 식욕이 떨어지고 성욕이 저하된다. 사람은 성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의 즐거움을 경험하며 심리적 안정감과 체력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노인에게 금욕을 강요하고 노인의 성에 대한 관심을 매우 부도덕하며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예로부터 존재했다. 1990년 초,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판매와 2002년에 개봉된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를 통해 노년기의 성에 대한 금기 영역이 서서히 무너지게 됐으며 노인의 성생활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미미하지만) 발표되기 시작했다.

● 노년기의 성생활 실태

“지금도 성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노인층 성생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전체 500명 중 66.2%인 331명이 ‘현재 성생활을 한다.’고 응답했다. 3명 중 2명가량이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노인의 82.7%, 여성 노인의 34.3%가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1회 이상 성생활을 하는 경우, 남성은 7.5%, 여성은 8.3%로 나타났고, 월 1회 이상은 남성은 71.0%, 여성은 41.8%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중 53.5%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밝혀 노인 성매매가 발생하고 있음도 확인됐다. 성매매 경험자 중 30.2%는 성관계 시 콘돔을 쓰지 않는다고 밝혀 성병 노출의 위험성이 드러났다. 이는 노인층에게 성문제도 중요하지만 성병을 사전에 예방토록 하는 문제 또한 시급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기능장애 중에 나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은 남성에게서는 발기부전이고 여성에게서는 질 건조증이다. 남성 노인의 성적 불기능은 발기부전이라고도 하는데, 성교 시 적절한 발기가 유지돼야 하지만 지속적 무능력한 상태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지난 6개월간의 시도 중 50% 이상에서 실패한 경우 전문상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령에 따라 급속히 증가하며 60대 20%, 70대 27%, 80대의 75%에서 발기부전이 있다.

대구 달서구 한 공원의 짙은 화장을 한 '박카스 할머니'
대구 달서구 한 공원의 짙은 화장을 한 '박카스 할머니'

성생활을 하고있는 노인층에서는 성생활 유지를 위해 약품이나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발기부전제(50.8%), 성인용품(19.6%), 성 기능 보조 의료기기(13.6%)등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인들은 성 윤리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지녔지만, 성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서 다소의 이중성을 드러냈다. 이성 친구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없다면 가능하지만, 있다면 안된다는 의견이 절반인 50.1%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가 있어도 가능하다는 응답은 17.9%, 배우자가 없더라도 만나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11.5%였다. 노인 동거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49.0%는 긍정적인 인식이고 부정적인 인식은 이보다 다소 낮은 37.3%였다.

연령, 취업상태, 경제 수준, 건강상태 등에 따른 성생활 여부를 살펴보면 연령별로는 여성의 경우 65~69세의 86.1%, 70대의 36.4%가 성생활을 하고 있었고, 80대 기혼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남성 기혼자의 성생활 여부를 살펴보면, 65~69세의 94.4%, 70대의 60.6%, 80~84세의 37.5%가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취업상태별 성생활 여부를 살펴보면, 여성과 남성 모두 취업자일수록 성생활을 하는 경우가 좀 더 많았다. 여성 노인의 경우, 취업자의 68.4%, 미취업자의 58.8%가 성생활을 하고 있었고, 남성 노인의 경우 취업자의 76.6%, 미취업자의 60.9%가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수준(월평균 용돈 수준)별 성생활 실태를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월평균 용돈 수준이 1~9만 원인 여성의 60.0%, 10~19만 원인 여성의 46.9%, 20만 원 이상인 여성의 75.8%가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용돈 수준과 성생활 간에 일관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월평균 용돈 수준이 1~9만 원인 남성 중 성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10~19만 원인 경우 50.0%, 20만 원 이상인 경우, 79.8%가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용돈 수준이 높을수록 성생활을 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았다.

성생활 빈도에 대한 질문은 지난 1년간 배우자와 얼마나 자주 부부관계를 했는지에 대해, 성별 기혼노인의 성생활 빈도를 살펴보면, 1주일에 한 번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여성 노인 중에서는 한 명도 없었고, 남성 노인 중에서는 3.6%가 응답했다. 여성 노인의 경우 3개월에 한두 번 28.6%, 1개월에 한두 번 17.1%, 1년에 한두 번 10.0%, 6개월에 한두 번 5.7%, 하지 않는 경우 38.6%로 나타났다. 남성 노인은 1개월에 한두 번 37.3%, 3개월에 한두 번 16.4%, 1년에 한두 번 10.0%, 6개월에 한두 번 2.7%, 1주일에 한 번 이상 3.6%, 그리고 성생활이 없는 경우가 30%로 나타났다.

● 나이가 들면서 노인의 성생활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성은 삶의 일부분이며 중요한 권리이기도 하다. 한 노인 문제 전문가는 노인의 성 개방이 고령화 사회 노인 복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완강하다면서 “자유로운 성을 즐기는 지금의 20대가 노인층이 됐을 때, 비로소 한국 노인의 성은 그 족쇄가 풀릴 것”이라고 했다.